생각의 편린들

개인은 왜 점점 가난해지나

새 날 2016. 9. 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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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 첫 번째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과표 5억 원이 넘는 슈퍼리치 고소득자와 과표 5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위해 연도별로 최고세율을 1%씩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내년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의 세율에 대해선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야당의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단다. 관련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듯 판이한 까닭에 증세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때마침 조세부담률과 관련한 분석 보고서가 발표됐다. 증세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경제주체별 조세부담률 산출 및 각 분야별 예산액의 실제 재정지출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그동안 얼마나 기업을 편애해 왔는지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의 정책 기조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부의 편중 현상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연합뉴스


법인세는 김대중 정부 이후 꾸준히 내려간 반면, 소득세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인의 경우 늘어난 소득 대비 법인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개인은 소득보다 소득세 부담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인소득은 1997년 39조 원에서 2015년 249조 원으로 532%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법인세수는 9조4천억 원에서 45조 원으로 377% 늘어나는데 그쳤다. 법인 소득은 무려 5배 이상 증가했으나 법인세수는 그에 크게 못미쳐 법인의 실질 세부담이 감소한 셈이다. 소득세의 경우 가계소득은 1997년 324조 원에서 2015년 819조 원으로 152% 늘어난 반면, 소득세수는 15조 원에서 61조 원으로 308%나 늘어, 가계의 소득세 부담은 되레 커졌다.


ⓒ연합뉴스


이처럼 조세부담률을 기업과 개인으로 구분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교해 보니, 그동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기업은 지난 십수 년간 소득을 크게 늘려왔으나 상대적으로 개인은 그렇지 못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은 부자가 되어가고 있고, 개인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과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덜 거둬들인 반면 개인들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많이 거둬들여 왔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직접 겨냥, 간접세 인상을 통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빈 곳간을 채워왔다.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정부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술과 담배 소비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이래 저래 서민들에게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걷히게 될 담배 세수가 13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한국납세자연맹으로부터 나왔다.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에 비해 무려 6조 원이나 증가한 액수다. 



간접세가 문제가 되는 건 고소득자로 하여금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누진세율 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워 외려 저소득자일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가령 담배 한 갑의 가격은 고소득자이든 저소득자이든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4500원일 테며, 이로부터 부담하는 세금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상위 10% 소득 계층이 전체 소득의 거의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불평등 국가에 속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 Databaseㆍ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로 나타났다. 47.8%인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는 4년 전 분석 결과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욱 악화되었으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JTBC 방송화면 캡쳐


부자 감세 기조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마저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국가 채무는 GDP의 28.7%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0% 가량으로 추산된다. 불과 10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대폭 늘어난 셈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 만에 425조 원이던 중앙 정부 채무를 2015년 기준 590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려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자 감세 기조를 유지하려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태도는 그야말로 무책임하기 짝이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은 왜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걸까? 비록 전부는 아닐지라도 작금의 불평등한 세금 정책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국가 재정의 안정성 측면이나 심각성을 더해가는 부의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라도 증세 논란에 대해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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