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알고 보면 무척 씁쓸한 '동전 갑질'의 이면

새 날 2016. 4.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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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가 종업원에게 마땅히 지불해야 할 급여를 동전으로 지급하는 사례가 간혹 언론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곤 합니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업주와 비교하여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놓인 까닭에 흔히 을로 비유되곤 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소식은 갑과 을의 구도라는 이유만으로 대중들로 하여금 공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한데요. 이른바 동전 갑질이라 불리는 이러한 행태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온라인과 SNS를 타고 급속하게 퍼나르기 되면서 갑질 행위자를 졸지에 파렴치한이나 공공의 적으로 둔갑시키곤 합니다.

 

동전 없는 사회, 아니 심지어 현금 없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적 상황에서 은행에 들러 일부러 동전으로 교환한 뒤 이를 급여로 지급하는 건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에 세인들이 사업주의 행위를 맹비난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법도 합니다. 물론 이유 불문하고 가뜩이나 쓰임새가 점차 줄고 있는 동전의 형태로 급여를 지불한 건 사업주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었다는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에 결코 바람직한 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음 또한 자명합니다.

 

ⓒ연합뉴스

 

다만, 해당 현상의 이면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전 갑질을 행한 사업주의 행위 그 자체는 충분히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만, 우린 사업주가 왜 이토록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결과를 빚게 만든 배경에는 종업원의 좋지 않은 근무 행태가 한 몫 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잦은 지각과 결근 등 사업주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행태가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딱히 제재를 가하거나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쩌면 동전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 관련법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업주가 행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보복수단(?)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작 자신들이 입었을 피해에 대한 보복 치고는 무척이나 소심한 형태가 아닐 수 없으며, 사업주의 처지를 감안해볼 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치졸한 결과로 앙갚음해야 할까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사업주라는 이유만으로 짊어져야 할 멍에는, 이들을 향해 갑질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비난에 나선 손가락을 무색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지난달 말 경남의 한 카페에서 일을 그만 둔 종업원이 사업주가 동전으로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SNS에 비방글을 올리며 논란으로 불거진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사업주를 향한 비난 일색이었으나 사업주가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카페를 운영하던 사업주와 동전으로 임금을 받아 비방글을 올렸던 종업원이 상대방을 향해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였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됐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연은 이렇습니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해당 종업원이 근무할 당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일방적으로 그만두었다는 주장인 반면,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무단 퇴사를 이유로 월급의 절반을 받지 못했고, 이에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사업주가 뒤늦게 그에 해당하는 17만5천 원을 10원짜리와 5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했다는 주장입니다. 서로 간에 어렵게 맺은 인연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된 사례입니다.

 

이는 사실 양측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긴 합니다만, 분명한 건 사업주와 종업원과의 쌍방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선 구두나 서면 계약서를 통해 고용계약이 성립됐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고, 이는 곧 두 사람이 해당 계약을 통해 서로에게 신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존재했을 법한 사안이거늘, 결과적으로 보자면 두 사람 모두 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셈이 됩니다.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보자면 결국 원인은 종업원이 먼저 제공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경향신문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손해 등 유형무형의 손실이 막대하리라 짐작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제아무리 사업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해도 일단 종업원에 대한 급여를 무조건 지불해야만 하는 우리식 고용 시스템 덕분에 딱히 기댈 곳 없는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작금의 동전 갑질로 알려진 다소 치졸한 행위를 통해 자꾸만 앙갚음하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사업주의 처지라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올 만한 상황이 아닐까요? 이렇듯 동전 갑질의 이면을 살펴보니, 비단 을에 해당하는 종업원의 입장만 어려운 게 아니라, 사업주 역시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을 통해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린 흔히 사업주를 갑, 종업원을 을이라 칭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갑과 을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렇듯 갑과 을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물론 반드시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역지사지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무엇보다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동전 갑질이라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 대중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와중이거늘, 단지 두 사람의 불쾌한 감정을 서로에게 전가시키는 것도 모자라 선한 행위보다는 악행으로 이어지게 하고, 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마저 불편하게 만들어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과 행위들을 유발, 파급시키는 결과를 낳게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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