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와이파이 확장, WDS냐 멀티 브릿지(리피터)냐

새 날 2016. 4. 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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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인터넷 회선 가운데 최근 한 개의 회선을 철수시켰다. 아이들 방으로 직접 들어오던 회선이다. 덕분에 또 다른 인터넷 회선을 통해 수 개의 벽을 뚫고 한참이나 돌고 돌아 들어오는 무선 방식으로 인터넷을 활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모든 문제는 이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회선 철수 이전과 비교하여 그다지 큰 변화가 없어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는데, 우리방과 불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엄살로 읽히는 대목이 전혀 없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지 않는 데다 인터넷 속도마저 느리다며 온통 울상을 짓고 난리법석을 떠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하여 없앤 인터넷 회선을 다시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감했다. 무슨 뾰족한 방법은 없는 걸까?

 

아내가 무선랜카드끼리 연결을 하든, 아니면 공유기를 이용해 연결을 하든 빨리 대책을 강구하라는 엄명을 내게 하달했다. 물론 난 그런 아내의 말을 그저 무심히 흘려 듣고 만다. 그러던 찰나다. 집에서 놀고 있던 공유기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순전히 아내 덕분이다. 아내의 말처럼 공유기끼리 연결하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다. 인터넷 무한 검색질을 시도한다. WDS(Wireless distribution system) 라는 매우 생소한 단어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WDS 개념도

 

WDS란, 인터넷회선이 연결된 메인 공유기와 와이파이 신호를 중계하는 서브 공유기가 상호 인증을 통해 무선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방식을 말한다. 즉, 두 개의 공유기를 연결, 인터넷 회선에 직접 물리지 않은 여분의 공유기를 이용하여 와이파이존을 더욱 넓게 확장하는 방식이다. 메인 공유기에 인터넷이 연결되면 WDS로 연결된 서브 공유기를 통해서도 인터넷 사용을 가능케 해 준다. 주로 넓은 지역이나 전파방해가 심한 공간에서 무선 범위의 확장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다. 옳거니, 이 방법을 이용하면 될 듯싶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인 공유기와 서브 공유기의 제조사가 다르다는 사실은 WDS에는 치명적이다. 제조사가 다르다는 건 곧 공유기에 탑재된 칩셋이 다르다는 의미이고, 칩셋이 다를 경우 WDS 연결이 녹록지 않은 데다, 혹여 연결이 된다 해도 보안을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참고로 메인 공유기는 브로드컴사의 칩셋이었고, 서브 공유기는 리얼텍사의 그것이었다. 어쨌거나 당장 인터넷을 활용하는 게 급선무이기에 보안 문제는 차후에 해결을 보도록 하고, 일단 무작정 WDS 연결을 시도하기로 한다.

 

절차는 복잡하지 않은데 의외로 까다로운 구석이 많다. 제대로 시도했음에도 연결이 잘 안 된다면, 경험상 순서를 의심해 봄직하다. 양쪽 공유기 모두 공히 암호화를 해제해야 하고, 채널도 통일시켜야 한다. 메인 공유기에서 서브 공유기를 인식 시키고, 마찬가지로 서브 공유기에서도 메인 공유기를 상호 교차 인식시켜야 한다. 메인 공유기는 앞서 언급한 설정 외에 특별히 손댈 부분은 없다. 다만, 서브 공유기는 WDS 기능을 별도로 활성화해야 하며, 아울러 내부 네트워크 설정 중 동적 IP 할당 기능인 DHCP를 중지시켜야 한다. 난 몇차례의 시도 끝에 드디어 WDS의 연결에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기쁠 수가.. 



서브 공유기에 인터넷 회선의 물리적인 연결 없이 단순히 전원을 켜는 일만으로도 인터넷 활용이 가능해지는 이 놀라운 광경을 나 혼자 구경하기엔 왠지 아까운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역시나 암호화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 난제였다. 그렇다고 하여 암호화를 포기한 채 우리집 무선망을 무턱대고 개방하기엔 이 세상은 너무도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 암호화를 시도하였으나 결국 해결하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칩셋 때문인 듯싶다. 와이파이망을 확장하여 인터넷 활용을 원활하게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보안 문제는 내겐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즉, 보안을 포기한 채 인터넷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인터넷 활용은 여의치 않더라도 보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든지 말이다.

 

그런데 WDS 연결을 알아보던 와중에 공유기 제조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와이파이 확장에는 또 다른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다름아닌 리피터 내지 멀티 브릿지 기능이다. 연결 방법은 WDS보다 훨씬 간단했다. 메인 공유기는 별도로 손댈 부분이 없다. 오로지 서브 공유기만 약간의 설정을 거치면 된다. 서브 공유기 설정 모드에서 리피터 내지 멀티 브릿지(동일한 기능이지만 제조사마다 이름이 각기 다르다) 기능을 활성화하고 메인 공유기를 등록시키기만 하면 된다. WDS처럼 채널을 동일하게 맞출 필요도 없고, 각기 공유기마다 다를 수 있는 각자의 암호화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도 있다.

 

리피터 내지 멀티브릿지 개념도

 

직접 연결해 보니 이 방식이 훨씬 수월하였으며, 보안 문제까지 자연스레 해결 되는 매우 훌륭한(?) 방식이었다. 칩셋이 다르거나 제조사가 다르다고 하여 호환이 안 되는 문제 따위도 전혀 없다. 아니, 이렇게나 좋은 방법이 있었다니.. 난 이를 알아낸 나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했다. 아이들 방에 서브 공유기를 전원만 켜 놓고 유선 연결 없이 인터넷 활용이 가능토록 조치했다. 물론 리피터 기능 활성화 이후 수시로 접속하여 작동이 원활한지의 여부를 체크해야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대실망이다. 사용 도중 간헐적으로 접속이 지연되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 아울러 두 개의 AP 모두 성능이 저하되어 접속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아니 자주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서브공유기가 메인공유기의 와이파이 신호를 중계해서 와이파이존을 확장하는 방식인데, 서브공유기에서 수신되는 메인 공유기의 와이파이 신호가 약할 경우 안정성에서 많이 미흡하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원활한 활용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속도 저하 역시 감안해야 한다. 서브 공유기로 연결되는 만큼 속도 또한 그에 비례해 1/n로 저하되기 때문이다.

 

주말 내내 아이들 방의 무선 인터넷 사용을 원활하게 해 준다는 목표 아래 갖은 방법을 동원,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 안정성이나 속도 등 여러 측면으로 볼 때 WDS든 리피터든 와이파이 확장을 위한 방식들은 오히려 하지 않음만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WDS는 진작에 철수한 상황이고, 리피터 연결도 해제해야 했다. 돌고 돌아 결국 처음 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다. 비록 와이파이 신호 안테나가 풀로 차진 않아 시각적인 효과는 미미해 보이나, 실은 원시적인 인터넷 환경과 상태가 가장 쾌적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주말 내내 난 도대체 무얼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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