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과학기술의 가치 망각하고 있는 이통사들

새 날 2015. 12. 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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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콜링(Wi-Fi calling)이란,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합니다. 최근 새로이 선보인 애플사의 '아이폰' 시리즈에 해당 기능이 탑재되어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요. 이는 쉽게 생각해서 카카오톡의 '보이스톡'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전화와 일견 비슷해 보이는 측면이 있긴 하나, 070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차별 포인트이자 커다란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이 서비스는 미국 T모바일, 영국 보다폰 등 전세계 10개 이동통신사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편,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이 8일부터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미디어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버라이즌의 첫 서비스 적용 기기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갤럭시 S6'와 'S6엣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입니다. 이로써 AT&T와 스프린트 그리고 T모바일 등 미국의 4대 메이저 통신업체들 모두가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아시아경제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는 이동통신망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할 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일례로 이동전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실내라 해도 무선랜망을 통해 손쉽게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동전화 기지국 커버리지를 벗어난 상태에서 와이파이 핫스팟 지역안에 있을 경우 자동으로 와이파이 신호로 전환되도록 해줍니다. 또한 사용자들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특정 상황에서 이동통신망을 신뢰할 수 없다면 굳이 이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줍니다. 무료이기 때문에 통화 시간을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휴대폰 사용자들은 요금제에 맞는 일정량의 통화 시간이 부여되는데, 와이파이 콜링을 사용할 경우 이로부터의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당 서비스가 무조건적으로 고객들에게만 이로운 건 아닙니다.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도 기지국 신호가 약한 실내의 통화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VoLTE와 연동해 음성 통화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국내 이동통신사의 경우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해당 서비스 도입에 대해 현재까지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카카오톡 서비스가 처음 선보였을 때에도 문자 메시지와 관련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극구 막아섰던 한국의 이통사들이기에 이미 예견된 결과이자 수순이긴 합니다. 이들이 펼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전화 신호 커버리지가 건물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 등 상당히 넓기 때문에 와이파이 콜링의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정작 이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와이파이 콜링을 제공하게 될 경우 기존 음성 통화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 통신비 절감’이라는 대통령선거 공약으로부터 비롯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이 오히려 모든 고객이 비싼 가격으로 휴대 전화를 구입하게 되는, 이른바 '호갱님' 효과를 낳으며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단통법 시행 이전에 구입한 휴대폰이 근래 급격한 성능 저하를 보이고 있어 교체가 절실하나, 바뀐 제도로 인해 쉽게 교체하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단통법은 보조금이 차등적으로 지급돼 고객을 차별 대우하는 것을 막고, 이를 통해 휴대 전화 유통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함이 그 취지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을 '호갱'으로 전락시켜 놓은 셈입니다.

 

ⓒ연합뉴스

 

이렇듯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그로 인해 호갱이 된 고객들 덕분에 호사를 누리고 있는 이통사들입니다만, 이들의 욕심은 밑도 끝도 없습니다. 자신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여 해외에서는 이미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최신 기술이 탑재된 기능을 아예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와이파이 천국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해외에서는 다들 부럽다고 아우성입니다. 건물이면 건물, 거리면 거리, 공원이면 공원, 심지어 지하철역 구내와 전철 안에까지, 웬만한 곳엔 와이파이 핫스팟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가 가장 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나 싶습니다. 우리 정부나 기업은 흔히 '혁신'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만, 기술의 발달이 대중들에게 골고루 미치지 못한다면 이를 과연 혁신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그의 결과물을 자꾸만 시장에 선보이는 이유는 다름아닌 인류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풍족하게 하려 함이 아니었던가요? 우리나라를 흔히 IT 강국이라 표현하곤 합니다. 그만큼 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고, 국가나 국민들 모두가 그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좋은 기술이 자꾸 개발되면 또 뭐하나요? 오로지 기업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국민들을 그저 호갱으로 밖에 여기질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우리 기업들이 지나친 이익 앞에서 정작 중요한 가치가 무언지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과학의 발달이나 기술의 개발도 결국 지극히 인간을 생각하는 선한 행위 아니었던가요? 와이파이 콜링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는 이통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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