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중국산 전자제품, 아직 갈 길이 먼 이유

새 날 2016. 3. 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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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등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접하다 보면 높아진 품질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디자인 등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흔적이 역력하다. 심지어 가격마저 저렴하다 보니 가성비로써는 정말 그만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동안 해외 직구를 통해 중국산 태블릿 등을 구입하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근래엔 흡사 롤러코스터 마냥 어지럽게 널뛰기를 하는 환율이 직구족들의 발목을 단단히 잡은 채 놔주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직구족들에겐 일종의 암흑기라 할 만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혼란한 틈을 이용, 중국에 적을 두고 있거나 기존에 중국과 교역을 하던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몰이 중인 특정 제품의 직구 대행에 합류, 일제히 온라인 쇼핑몰 내지 오픈마켓 경로를 통해 판매에 나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경로는 표면적으로 국내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들 덕분에 중국산 전자제품의 구입이 한층 쉬워진 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케이벤치

 

그런데 해외 직구와 우리나라 업체의 직구 대행 사이에는 거리로 환산하자면 그다지 멀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절차나 문화적으로 적지 않은 차이를 엿볼 수가 있다. 이를 통해 중국산 제품만이 지니고 있을 법한,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진면목마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알리익스프레스'라는 글로벌 중국 쇼핑몰을 통해 직구한 태블릿의 경우 제품의 원래 포장이 뜯긴 채 배송되어 온다. 물론 신경이 무딘 난 처음엔 이조차도 몰랐다. 어리석게도 제품 포장이 원래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픈마켓 등의 직구 대행을 이용해 구입한 제품들의 경우 그와는 판이했던 터라 뒤늦게 원래의 포장이 뜯겨져 온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국내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중국산 태블릿들은 제조사와 관계 없이 한결 같이 제품 박스가 얇은 비닐로 밀봉이 되어 있었다. 반면, 알리 직구 제품들은 그 얇은 비닐이 모두 뜯긴 채였다.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밀봉 제품이 배송되어야 하는 게 분명 맞다. 새 제품인데 뜯겨져 온다는 건 국내 소비자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포장을 뜯음과 동시에 그 즉시 중고로 전락하는 탓이다. 때문에 아무리 해외 직구라 해도 포장이 뜯겨져 오는 건 상당히 기분 나쁠 법한 사례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산 전자제품의 경우 포장이 뜯겨져 오는 게 되레 낫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직구한, 포장이 뜯겨져 온 제품들로부터는 불량에 당첨된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나, 국내 쇼핑몰의 직구 대행을 통해 밀봉되어 온 제품들의 경우 반대로 단 한 차례도 정상적인 제품을 손에 쥐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를 통해 내린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중국산 태블릿의 경우 제품 불량률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가령 내가 실제로 겪었던 제품 불량의 사례를 들자면, SD카드 미인식, 액정에 생긴 멍, 배터리 불량 등 그 증상도 무척 다양하다. 때문에 짐작컨대, 알리를 통한 직구 시 제품 포장을 뜯는 건 아마도 판매자 측이 이러한 불량품을 사전에 솎아내기 위한 일종의 검수 작업을 거친 결과물로 읽힌다. 물론 언어 설정 등 여타의 목적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적어도 중국산 전자제품의 경우 판매자가 제품의 포장을 뜯어 보낸다고 하여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포장을 뜯어 제대로 된 검수 작업을 거쳐 온전한 제품을 보내주기만 한다면 이처럼 고마운 일도 없을 것 같다. 덕분에 중국산 제품과 관련한 편견이 더욱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느낌이다. 심지어 이런 경험도 있었다. 보조 배터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샤오미 제품을 얼마전 구입한 적이 있는데, 판매자에 따르면 불량률이 0.1%에도 못미친다는 그 불량 제품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중국산, 가성비로 따지자면 정말 흠잡을 데 없을 만큼 뛰어난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제품을 만났을 때에나 어울릴 법한 말일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다수의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외 직구 대행을 이용하는 건 여러 이유 때문이다. 우선 환율 폭등으로 인해 직구의 매리트가 사라진 틈을 이들이 가격적으로 일정 부분 상쇄시켜 준다는 이점과 불량 제품에 당첨 되더라도 교환이나 환불 등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는 직구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덜어주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의 불량률이 워낙 높아 지금처럼 순전히 뽑기운에 의존해야 할 처지라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는 직구 대행이라 해도 내가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상당한 수준의 고통을 소비자에게 안겨줄 소지가 다분하다. 해외 직구라는 특성상 결제로부터 배송까지의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데다가 자칫 불량 제품을 만나 교환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몸에 사리가 생길 정도로 장시간의 인내를 요구하게 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블릿의 경우 액정 등 민감한 부품들이 많아 불량 당첨 확률을 더욱 높인다.

 

ⓒ연합뉴스

 

물론 해외 직구를 하든 아니면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든,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높은 불량률을 안고 있는 중국산 전자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볼 때 과연 어떠한 경로를 활용해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가를 단정짓기란 결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물론 그깟 저질 중국산, 구입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쉽게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성비도 가성비이지만, 특정 기능이 요구되는 제품과 관련해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테다.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고 근래 품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하는 건 전적으로 제품에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경우에나 해당하는 말일 테고, 내가 경험했던 사례들이 오롯이 제품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빚어진 결과물인지, 애초 생산라인이 결함 투성이라 빚어진 결과물인지, 그도 아니면 그야말로 극악의 뽑기운을 만나게 된 흔치 않은 결과물인지는 알 방도가 없으나, 분명한 건 구입 제품을 개봉할 때마다 이토록 불량 당첨률이 높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산은 여러모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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