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듀얼OS 태블릿 CHUWI HI8 vs Teclast X80HD

새 날 2016. 1. 2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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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와 안드로이드 두 OS가 함께 탑재된 태블릿의 종주국은 중국이다. 물론 개발이나 시제품은 진작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타 국가에서도 나왔을 법하지만, 최초로 상용화 및 대중화에 성공한 건 분명 중국이 맞을 테다. 이 때문인지 중국 태블릿 제조사들의 인기는 상종가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TPad' 시리즈를 개발한 테크라스트(Teclast)의 존재는 가히 독보적이다. 디자인이면 디자인, 품질이면 품질, 심지어 가격 만족도까지, 완성도 높은 'X98' 시리즈를 통해 일찌감치 국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비록 테크라스트의 제품은 아니지만 내게도 8인치 윈도 태블릿 하나가 있다. 웹서핑이나 전자책 감상이 주 용도다. 웹서핑 기능만 놓고 보자면 윈도 태블릿은 무척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의 모바일 위주의 답답한 서핑에서 벗어나 데스크탑과 같은 환경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자책의 활용성은 최악이다. 전자책과 관련한 윈도 메트로UI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전무한 탓이다. 물론 PC용 전자책 뷰어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긴 하나 터치 기반이 아닌 탓에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윈도태블릿, 전자책 단말기로 쓸 만한가 포스팅 참고)

 

ⓒCHUWI

 

때문에 자연스레 이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다름아닌 듀얼OS 태블릿 제품군이다. 전자책 생태계에 관한 한 안드로이드는 윈도에 비할 바 아니다. 압도적인 우세다. 휴대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그 중에서도 8인치 제품군이 딱일 듯싶다. 자연스레 근래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사용자층이 두터워진 CHUWI사의 HI8과 Teclast의 X80HD 두 제품으로 압축된다. 두 제품 모두 나의 손을 거쳐갔다. 물론 장단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체리트레일이 출시된 이후 윈도 태블릿의 세대교체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난 왜 하필이면 베이트레일이 탑재된 구닥다리 태블릿을 얘기하고 있는 걸까. 앞서도 언급했듯 나처럼 간단한 웹서핑이나 전자책 감상 용도로는 베이트레일 기반 제품으로도 여전히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체리트레일 제품군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로지 윈도 전용 OS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고, 때문에 듀얼OS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려면 약간의 기다림이라는 수고로움마저 요구되어지는 상황이다. 즉, 간단한 용도로의 활용 측면에서 볼 때 베이트레일을 굳이 체리트레일로 바꿔가며 사용해야 할 만큼 성능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기에 베이트레일 제품군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CHUWI HI8과 Teclast X80HD 두 제품 모두 8인치에 듀얼OS를 탑재하고 있고, 성능 차이도 미미하다. 경량 플라스틱을 사용한 덕분인지 무게도 무척 가볍다. 한 손으로 쥔 채 들고 있어도 전혀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차이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테크라스트 제품엔 HDMI포트가 있고 쯔위(최근 대만국기로 논란이 됐던 트와이스 멤버의 이름과 발음이 엇비슷하다) 제품엔 달려있지 않다. CPU 및 해상도는 쯔위가 살짝 우위이다. HI8은 Z3736F 2.16GHz와 1920*1200 FHD 해상도를, X80HD는 Z3735F 1.83GHz와 1280*800 HD 해상도를 각각 갖추고 있다. 배터리의 용량은 오히려 테크라스트가 더 크다. 각기 4500mAh와 4000mAh로, 대략 10% 가량의 차이이다.

 

ⓒTeclast

 

스펙상의 차이점은 이 정도일 듯싶다. 나머지 비교하지 않은 영역은 그야말로 대동소이하다. 이제 실제 활용 측면에서의 본격적인 비교를 해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볼까? 두 제품 중 어느 것에 손을 들어주겠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테크라스트보다는 쯔위사의 HI8을 택할 것 같다. 물론 해상도나 CPU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웹서핑과 전자책 용도로는 굳이 해상도나 CPU의 성능 차이 따위는 크게 상관이 없는 탓이다. 아울러 난 태블릿 선택 기준에 있어 배터리의 성능을 가장 우선시하는 편이다. 테크라스트가 쯔위보다 10% 가량 배터리의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은 이미 앞에서 짚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쯔위에 손을 들어준 것일까? 제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볼 때 어차피 저가 태블릿이라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디자인 측면이나 미세한 만듦새, 그리고 터치감, 액정의 품질 등등 세세한 감성적인 면모로 볼 때 쯔위가 압도적인 우위이다. 즉, 수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오로지 직접 손으로 다뤄가며 확인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 만큼은 HI8이 분명 우수하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중국 제품 중 가장 먼저 대중의 인기를 이끌었던 테크라스트의 TPad 시리즈이지만, 쯔위 역시 앞선 시리즈인 VI8을 통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친 뒤 연이어 출시한 제품으로부터는 절치부심이라도 한 듯 보다 많은 관심과 신경을 기울인 느낌이 확연하다.

 

하지만 이보다 내가 테크라스트 제품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언젠가 쯔위사의 VI8 제품을 통해 중국 제품들이 배터리를 뻥튀기하여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포스팅('중국산' 하면 떠오른 편견, 깨지기 힘든 이유)을 한 적이 있는데, 이후 쯔위사는 적어도 배터리 용량만큼은 속이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테크라스트는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었다.

 

 

테크라스트 기업 홈페이지에 들아가 보면 X80HD의 배터리 용량을 4500mAh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해당 제품을 실사용해 본 바로는 쯔위사의 제품과 비교해 봐도 크게 차이가 없거나 외려 더 짧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용량이 큰 만큼 같은 사용 환경이라면 분명히 더 오래 써야 하는 게 보편적일 텐데 전혀 그렇지가 못한 셈이다. 그래서 배터리 리포트를 해 보았다. 결과는 이랬다. 애초 디자인된 배터리 용량은 18490mWh로, 이를 mAh단위로 환산할 경우 대략 5000mAh 가량이 된다.

 

 

그러나 실제 완충 가능한 용량은 15,480mWh로, 이를 환산하면 4000mAh에 살짝 못미치는 용량이다. 더욱 심각한 건 위 이미지에서처럼 완충 가능 용량이 들쭉날쭉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완충해서 1시간 가량 사용한 뒤 다시 전원을 켤 때 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또 다시 배터리 리포트를 해보니 완충 용량이 5719mAh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 물론 제품 불량일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다. 혹은 충전기의 사양을 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소비자에게 배터리 용량을 속인 채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인 듯싶다.

 

 

OS간 상호 전환 방식은 어떨까? 테크라스트는 전원을 켜면 두 OS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만, 쯔위 제품엔 이러한 기능이 딱히 없다. 쯔위사의 제품은 전원을 켤 경우 마지막 사용했던 OS로 자동 부팅된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기능만큼은 테크라스트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 듯싶다. 윈도든 안드로이드든 일단 부팅이 된 뒤 다른 OS로 바꾸기 위해선 두 제품 공히 스위칭 프로그램을 터치하여 전환 가능하다. OS를 전환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온전히 각 OS의 부팅시간과 같다.

 

중국 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글화를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설정 항목에서 중국어 기반의 환경을 한글로 쉽게 바꿀 수 있다. 물론 이는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 중 하나다. 한글 키보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적당한 놈을 받아 설치하면 된다. 참고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역시나 구글 한글 키보드다. 윈도의 경우 한글팩이 설치되어 있긴 하나 그대로 사용하다 보면 곳곳에서 영어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보다 완벽한 한글화를 위해선 설정을 통해 약간의 손질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아무래도 전혀 이질적인 OS를 스위치 방식을 통해 전환 사용 가능케 하다 보니 전력 효율성 면에서 일정 부분의 손실은 어쩔 수 없는 느낌이다. 가령 OS를 한 번 바꿀 때마다 누수되는 전력 소모가 상당한 데다 기본적으로 독자 OS의 제품보다 손실 정도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두 OS를 활용한다는 이점을 얻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전력 효율성만큼은 내줘야 할 판이다. 아울러 불안한 느낌 또한 감출 수가 없다. 간혹 어디선가 엉킨 듯 뜬금없이 부팅이 안 되거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 등이 잦다. 태블릿 이용자의 인내력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은, 비단 태블릿이 아니더라도, 그만큼 고장이 날 확률이 높기도 하거니와 독자 기능의 각기 제품보다는 여러모로 미흡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듀얼OS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OS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소 모자라는 부분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동시에 얻고자 함일 테다. 대단한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간단한 요량으로 잠시잠깐 들고 다니며 활용하는 용도로써의 듀얼OS 태블릿은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 제품만의 특성이 우리의 기대를 온전하게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사전에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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