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듀얼 OS 태블릿, 절대로 사지 마라

새 날 2016. 4.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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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치 이하 태블릿에 윈도 OS를 무상 제공해주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연합 진영 윈텔의 파상 공습이 중국 태블릿 업체들에는 수 년간 호재로 작용해왔음직하다. 이후 시장에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중국산 저가 윈도 태블릿이 가성비를 으뜸의 가치로 여겨온 국내 사용자들의 마음까지 홀리는 데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종(異種) OS인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한 태블릿에 탑재한 이른바 듀얼 OS 태블릿을 시장에 선보이며, 윈도 태블릿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을 검증케 했던 여세를 몰아 관련 제품들을 대거 쏟아내놓기 시작한다. 국내엔 생소하기만 하던 중국 태블릿 업체들의 이름이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다름아닌 이 즈음이다. Teclast, CHUWI, CUBE 등 덕분에 이들에 대한 국내 사용자층도 점차 두터워지는 양상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OS를, 그것도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 같은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다니, 더구나 가격마저 더 없이 저렴하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달달한 소리인가. 정작 윈도 태블릿이 요구되는 경우이거나 안드로이드만이 필요한 상황인데, 더불어 다른 OS까지 탑재되어 있다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의 경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윈도 태블릿의 사양은 32기가의 내부 저장장치가 탑재된 제품군이 압도적이다. 듀얼 OS 태블릿은 이를 둘로 쪼개 안드로이드를 설치하다 보니 용량의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질적인 두 OS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범용성만으로도, 작은 단점을 뛰어넘어 이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게 한다. 

 

 

나의 경우 CHUWI사의 윈도 태블릿을 통해 이미 중국 브랜드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품질은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닌 데다 디자인 등 감성적인 측면도 썩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듀얼 태블릿 구입에 전혀 망설임 따위가 없었던 이유 역시 아마도 이의 영향 탓이 아닐까 싶다. 두 종의 브랜드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대의 듀얼 태블릿이 나의 손을 거쳐갔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었더라면 이처럼 수 대의 기기가 내 손에 쥐어졌을 리 만무하다.

 

지금부터 난 듀얼 OS 태블릿만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이 포스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한다. 즉,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는 점 먼저 밝혀둔다.

 

이질적인 OS가 한 기기 내에서 사용되다 보니 시스템이 불안정할 수 있음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다. 사실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딱히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뭐하다. 보다 치명적인 건 배터리와 관련한 사안이다. 알다시피 태블릿은 휴대용 기기로, 하루종일 들고 다니며 이것 저것 활용해야 하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배터리 성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듀얼 OS 태블릿 제품군이 지닌 문제의 공통점은 바로 이 배터리의 성능이 최악이라는 사실에 있다. 처음 기기가 조금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배터리 불량으로 의심, 동일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여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환하는 제품마다 비슷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각기 다른 브랜드의 제품임에도 증상이 엇비슷한 걸로 봐선 아마도 이 문제는 듀얼 태블릿만이 지닐 법한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까 싶다.

 

배터리 용량으로 따지자면 싱글 OS가 탑재된 기기에서는 적어도 5-6시간 가량 활용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듀얼 OS 기기에서는 끽해야 두 시간 가량밖에 활용할 수 없게 한다. 그나마 기기를 사용하면서 배터리의 용량이 균일하게 줄어들면 다행일 텐데, 초반에는 줄어드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가도 60% 가량의 잔량에 접근하면 이후로는 그야말로 광탈 수준에 이르곤 한다. 절대로 전원 없이 마음 놓고 활용할 만한 수준의 기기가 아니다. 더구나 50% 수준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경우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윈도든 안드로이드든 가리지 않고 부팅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싱글 OS가 탑재된 기기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겪을 수 없다. 신기하게도 듀얼 OS의 기기에서만 유독 배터리가 요동을 친다. 하물며 대기모드 상태에서라도 제대로 작동하면 그나마 불편은 덜할 테다.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달리 대기모드마저도 배터리 광탈 현상은 여전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배터리 용량이 밤새 소모된다는 건 어느 모로 보나 심각한 누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쯤되면 태블릿 그 자체로서의 가치는 완전히 꽝인 셈이다.

 

 

윈도 태블릿은 데스크탑과 똑같은 환경이다. 때문에 윈도 태블릿이 안드로이드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서마저 전력 효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건 기기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중국업체들은 단순히 두 개의 OS를 기기에 심어놓기만 했을 뿐, 실제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의 최적화에 대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고용량의 배터리를 기기에 이식한다 하더라도 전력 누수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결국 정상적인 활용을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듀얼 OS 태블릿이라는 개념의 획기적이라면 획기적일 수 있는 제품이 유독 중국 브랜드와 중국 OEM 제품을 들여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부 중소업체를 통해서만 다뤄지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한 마디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디어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화를 하는 데까지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가장 중요한 단계인 구체적인 상품화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내가 관련 전문가가 아닌 고로 뭐라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지만, 아마도 한 기기 내에서 이종의 OS를 동시에 최적화한다는 게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회사들은 싼 가격을 무기 삼아 무작정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듀얼 OS 태블릿은 이처럼 상품성이 매우 미흡한 제품군이다. 단순히 차원이 전혀 다른 OS를 한 기기 내에서 활용 가능케 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을 만족시킬 뿐이다. 이를 실 사용할 요량이라면 적극 만류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도시락 싸서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을 정도다. CHUI와 Teclast, 이 두 회사는 해당 브랜드의 듀얼 태블릿을 접해보기 이전까지만 해도 내겐 윈도 태블릿에 대한 좋은 경험 때문에 썩 괜찮은 이미지로 각인됐었으나, 듀얼 제품을 거친 이후로는 이들 회사 전체에 대한 불신만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웬만해서는 앞으로 해당 브랜드의 제품들은 피할 요량이다.

 

체리트레일 기반의 아톰 CPU가 시장에 본격 풀리면서 새로운 듀얼 OS 태블릿들도 대거 선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 역시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냥 단순히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간단하게 전환하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듀얼 OS가 탑재된 태블릿은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 지금 국내에 풀리고 있는 듀얼 OS 태블릿 제품들은 세관을 통과하고, 사용자의 손을 거쳐 곧 중고나라 카페 등을 오가며 폭탄돌리기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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