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광화문 집회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 원인은?

새 날 2015. 11.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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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개최됐던 민중총궐기 대회의 후유증이 여전합니다. 폭력 시위와 과잉 진압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갈등인 진보와 보수, 그리고 근래 불거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연장선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물론 그러한 배경이 아니더라도 이번 집회의 성격에 대한 논쟁은 누가 먼저랄 것과 잘잘못 따위를 따지기가 상당히 어려울 정도로 첨예하게 와닿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현재 시위 도중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머리를 다친 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시민 한 분이 계십니다. 이번 집회가 단순히 과거의 사실로 끝난 게 아닌 엄연한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이 분이 일깨워주고 있는 셈인데요. 한 사람의 생명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기에 이러한 결과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일보

 

그런데 같은 사안을 놓고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사람들마다 너무도 극명한 현실에 저로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며 생각, 사상 따위가 모두 다를 테니 단순히 한 방향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선 저 또한 인정합니다. 허나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로 존중 받고 있듯이 사람의 생명 역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귀하며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함이 당연하리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분의 쾌유를 빌며 안타까워 하고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행사를 성토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에 올라와 어느덧 언론에까지 보도된 13살 여아의 광화문 시위 때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이신 분을 생각하며 지었다고 하는 시 '물대포'는 보편적인 시민들의 생각 바로 그것과 같을 것입니다.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물대포 / 경찰의 힘을 받아 펑펑 앞으로 / 신나게 날아가는 물대포 / 하지만 물대포는 몰랐네 / 자기 때문에 힘들고 / 자기 때문에 다치고 / 자기 때문에 아플 줄 / 물대포는 몰랐네’

 

ⓒ국민일보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시민을 쏴서 죽어도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 최근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9건은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게 선진국의 공권력이 아닌가" 경찰의 물대포로 인해 사경을 헤매는 분이 등장하였고, 이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과잉진압 논란이 거세지자 그에 대응한답시고 내놓은 발언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다친 분이 계시다면 쾌유부터 바라는 게 우리네 정서, 아니 보편적인 인류의 정서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한 생명이 위독할 만큼 크게 다친 상황이건만 어떻게 이런 판국에 저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내뱉을 수 있는 걸까요? 아무리 자신들이 떠받드는 이념과 가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 싶군요. 제가 저 분이 아니기에 속내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운 노릇이나 겉으로 드러난 면모만으로 판단해 볼 때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잔인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미국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저 분이 미국이 아니었기에 그나마 국회의원이라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나 되니까 저런 분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지, 미국이라면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싶군요.



이번 사건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경찰 역시 냉혹한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자신들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인체에 극히 해롭다는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 직사 때문에 한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자신들이 마련한 지침을 어긴 채 불법 과잉 진압 논란을 야기한 상황임에도, 앞으로도 시위 진압 방식에 대해 개선할 계획은 추호도 없으며 지금과 같은 자세를 계속해서 고수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요? 향후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에서 보장된 집회 및 시위를 하려면 생명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전술했지만, 이번 집회의 성격을 두고 폭력 시위이냐 과잉 진압이냐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며 시간 낭비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불법 폭력 시위로 흐르게 된 배경엔 경찰의 과잉 진압이 있었을 테고, 아울러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도 불법 폭력 시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서로가 원인 및 결과를 맞제공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요? 굳이 둘 사이의 잘잘못을 따지자면, 모두에게 잘못이 있겠지요. 경찰은 아직 개최하지도 않은 집회의 성격을 처음부터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한 채 그에 대응했던 게 화근이고, 일부 집회 참가자 역시 마치 관행이기라도 하듯 낡은 폭력적 수단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못된 습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MBN 방송화면 캡쳐

 

그러나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바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 53개나 되는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며 이번 집회를 마련했을까 하는 근원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결국 작금의 모든 모순과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국민통합, 국민행복,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분란 조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뜩이나 국민들은 경기 불황 탓에 시름에 잠겨 있음에도, 대통령은 민생이라는 감언이설로 위장한 채 노동개악, 국정화 등의 도구를 통해 국론을 분열시켜 대한민국 사회를 갈등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국정화 국면에서는 폭주라 칭해도 될 만큼 일방적입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그에 따른 반작용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번 집회로 인해 경찰 100여명과 집회 참가자 수십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다친 경찰 역시 누군가의 귀한 아들일 텐테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요? 굳이 죄를 따져 묻는다고 한다면 그저 위에서의 명령을 충실히 따른 게 전부일 겁니다. 결국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민 전체를 네편 내편으로 나눠 편가르기 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동안 국민들은 사분오열한 채 서로가 적이 되어 죽일 듯 싸움을 벌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나가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고, 더욱 암담한 건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 못된 정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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