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어느 노부부의 순애보가 전하는 울림

새 날 2015. 8. 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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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식 사랑이 횡행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메마른 이 시대에, 어느 70대 노부부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알려져 화제다.  영화 얘기가 아니다.  한달 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와 함께 치료를 포기한 채 캠핑카를 이용하여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실제 부부의 사연이다. <'시한부 아내와 한달 간 캠핑'.. 마지막 함께한 노부부 기사 내용 참조>

 

올해 73세인 아내의 말기암 판정과 한 달 정도밖에 살지 못 할 것이라는 병원 측의 통보는 남편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한 달이란 시한부 기간동안 그는 치료보다 차라리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기로 작정하고 캠핑카를 구입하여 전국 여행길에 나섰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인생 마지막 여행을 계획한 셈이다.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즈음인 지난 30일 잠을 자던 아내는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숨을 거둔 것이다.

 

ⓒ국민일보

 

그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고 아내 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내와 자신의 영정사진 그리고 장례 비용으로 써 달라며 500만원을 나란히 놓은 채였다.  "암환자 보호자입니다. 제 아내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현금 500만원을 준비했으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장례를 치러주십시오."  그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이 옳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역시 유부남으로서 먼저 간 아내의 길을 따라 가려 한 남편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숙연해진다.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아마도 내 결혼식 때에도 같은 말을 듣지 않았는가 싶다.  다름아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라는 주례의 덕담이다.  



근래 들어선 이혼이 늘어 그리 될 확률이 자꾸만 줄어드는 터라 이들 노부부의 사연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소설가 박완서에 의하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고 나면 거기에 비로소 고요하고 아름다운 도통의 경지가 있을 것 같다고 한 바 있다.  아마도 이들 부부야 말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한 게 아닐까?  제아무리 평생을 함께한 부부라 해도 죽음마저 같이 한다는 건 말이 쉽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우연히 한 포털 뉴스 코너를 보면서 오늘따라 이혼과 관련한 기사들이 메인에 등극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물론 지극히 우연히 불거진 사례들이겠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흔한 일이라는 방증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혼이 근래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은 분명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0년 남성이 이혼할 확률은 10명 중 한 명(10.4%)꼴에 지나지 않았으나 20년 후인 2010년엔 4명 중 한 명꼴(25.1%)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무려 2.5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혼은 당사자 및 주변인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여러모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때문인지 해외에서는 이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제 결혼하는 게 가장 좋은가 하는 따위의 다소 엉뚱한 연구가 행해지곤 한다.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실제로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이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너무 일찍 결혼하는 것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결혼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28-32세가 가장 결혼하기 좋은 시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례도 아니거니와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혼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에 대한 반작용 현상쯤으로 여기면 그만일 듯싶다. 

 

다시 노부부 얘기로 돌아와 보자.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캠핑카 안에 있던 노부부의 영정사진과 미리 쓴 유서에서 각별한 애정이 전해졌노라고 밝히고 있다.  순애보와 같은 70대 노부부의 사랑은, 애슐리 메디슨 사이트 따위가 등장한 채 부부 사이의 기본적인 신의와 윤리마저 저버리도록 미혹하고 있고 이에 빠져드는 행위에 대해, 아울러 오늘날 부부관계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며 상대방을 홀대하고 또한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아 온 현대인들에게, 차가운 반성의 시간과 따뜻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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