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늘어나는 기대여명, 과연 축복일까?

새 날 2015. 8. 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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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세가 된 남성은 23년, 여성은 27년 가량 더 산다는 기대여명에 대한 연구 결과가 알려져 화제다.  기대여명이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평균생존년수를 일컫는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연금연구원의 '장기재정 추계를 위한 사망률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망 확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기대여명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하리란 전망이다.

 

일례로 2030년이면 60세가 되는 올해 45세 남성은 지금부터 42년을 더 살아 평균 87.04세까지 생존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후 세대에겐 조만간 기대여명 90세, 아니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장수는 예전부터 모두가 바라며 기원해 마지않던 일종의 축복의 대명사다.  때문에 지금도 어르신들께 전하는 가장 보편적인 덕담 역시 만수무강하시라는 말씀 아니던가.  

 

하지만 요즘 시대에 장수가 축복이라는 말이 과연 여전히 유효할까?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 환경의 개선으로 인해 수명이 크게 연장되어 누구나 오래 사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장수가 모든 이들에게 축복으로 다가오는 그러한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닐 테다.  장수가 축복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장수는 축복이 아닌 되레 고통 그 자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또 다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필요한 자금은 부부 기준으로 160만원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고, 남들과 같이 표준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월 225만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단다.  올해 45세 남성이 60세에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물론 60세에 정상적으로 정년퇴직하는 자체가 우리에겐 이루기 힘든 로망이지만 말이다, 이후 27년을 더 살아야 하니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기준으로 할 때 5억1천8백4십만원이란 돈이 필요하게 된다.  표준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그보다 2억원 가량 더 많은 7억2천9백만원이란 현금이 필요하다.  기대여명만큼 생존해 있기 위해선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선 인간적인 삶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현실은 은퇴한 가장들을 일터에서 떠나지 못 하게 하는 족쇄로 작용한다.  OECD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 남성의 평균 실제 은퇴연령은 71.1세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1인당 평균 3억원에 이르는 자녀 양육비와 기타 비용 때문에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하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후 생활을 보장해주는 국가의 공적 연금 보장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닌, 아니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 노년에도 일을 하지 않고선 최소한의 생활조차 유지하기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아무리 열심히 일을 한다 해도 한 번 씌워진 가난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2년 기준 48.1%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은 노년층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고령자 간 소득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13년 고령자 지니계수는 0.420으로 전체 0.302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과거보다 그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참고로 이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심함을 의미한다.  물론 굳이 이렇듯 어려운 통계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길가에 즐비한 폐지 줍는 노인들을 통해 우리의 고단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게 만들 만큼 팍팍하고 혹독한 삶,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엄연히 한계가 지워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대로 된 노후대책마저 없으니 7,80세를 훌쩍 넘긴 노년층이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악순환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기대여명은 갈수록 늘고 있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은 창창한데, 이를 과연 축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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