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스위스 관광지 중국인 전용 열차, 배려인가 차별인가

새 날 2015. 8.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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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의 한 휴양지에서 중국인 전용 특별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개 부쩍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중국인에 대한 우대 정책 때문은 절대로 아니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탓이란 표면적 이유가 따라 붙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대한 완곡하면서도 에둘러 표현한 결과물일 테고, 실제 속내는 이와는 전혀 다른 정황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하여 스위스의 한 매체는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 열차 안에서 벌이는 추태와 무례하기 짝이 없는 민폐 행각을 꼬집고 나섰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열차 안 통로를 차지한 채 사진을 찍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등 관광객으로 가득찬 객차 안에서 안하무인격 행동을 일삼는 경우다.  결국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 관광객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민폐 행각으로부터 유무형의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를 여타 국가의 일반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결과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이슈화 됐던 스위스 알프스 산맥 관광 철도 내 화장실 좌변기 사용방법 안내판 해프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해당 안내판이 반드시 중국인 등 동양인 관광객을 직접적으로 지목했다고는 볼 수 없을지라도,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데다 그동안엔 볼 수 없었던 성질의 안내판이 때마침 설치된 터라 정황상 이들을 겨냥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신문

 

실제로 중국인들이 여행지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 행동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일삼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일종의 편견처럼 굳어진 중국인에 관한 속설이 있긴 하지만, 이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기에 여기서 언급하기엔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일부 영국 언론이 밝히고 나선 것처럼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일 수도 있겠거니와 어쩌면 민족성 자체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 사안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좋게 말해 문화적 차이이고 민족성이지 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을 금해야 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만국 공통어에 해당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인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나 피해야 할 행위들은 국가를 떠나 한결 같다는 의미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러한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않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자 스스로의 권리를 갉아먹는 행위와 같다.  차별 대우로 되돌아 온 셈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누리는 과도한 권리는 거꾸로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는 행위이기에 이에 대한 제재가 바로 스위스 관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차별적 조치 사항들일 테다.  그렇다면 우리라고 하여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비단 해외로 진출한 일부 관광객들의 추태를 말하려 함이 아니다.  우리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자.  근래 민폐 끼치는 엄마들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노키즈존 논란이 이와 비슷한 사례로 받아들여지는 탓에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노키즈존 논란은 자신의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말썽을 부려도 이를 타이르지 않고 방치하거나 오히려 이와 같은 행동을 부추기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로부터 기인한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부모의 의도된 방치로 인해 천방지축 업소 내를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이 마치 움직이는 지뢰처럼 와닿을 공산이 크다.  아이들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직접적인 민형사상의 불이익과 금전적인 손해로 다가올 수도 있는 사안이고, 비단 사고가 아니더라도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자칫 충성고객들마저 떨어져 나가는, 영업상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 있는 손님을 받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손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이득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비용적 판단 하에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노키즈존을 택하고 있는 것일 테다.  물론 차별 논란을 빚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연유 탓에 노키즈존을 택한 업주의 심정을 헤아리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중국인 관광객이 민폐족일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아이 엄마가 몰상식한 부모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진상 관광객들 때문에 중국인 전체가 민폐 관광객으로 매도된 채 그에 어울리는 차별 대접을 받고 있듯, 일부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무개념의 부모들 덕분에 모든 아이 있는 부모가 민폐족으로 전락한 채 대중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노키즈존 논란은 더 나아가 '맘충'이라는 끔찍한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참이다.  아이 엄마를 벌레로 호칭하는 이러한 세태는 결코 바람직스럽지는 않으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 그리고 매우 기초적인 공공예절 따위를 하찮게 여기며 오로지 자신의 아이만 최고인 양 방치하는 세태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일종의 따끔한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연합뉴스

 

알바몬이 최근 노키즈존에 대한 알바생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10명 중 7명 꼴로 노키즈존의 운영을 찬성한다고 응답하며 아이가 마구 행동해도 방치하는 동반자를 가장 커다란 문제 행동으로 꼽고 있다.  물론 알바생이라는 지위상 특수성 때문에 일반인들과의 생각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 것이라 판단되지만, 어쩌면 업주와 일반인의 중간자적 위치라는 양쪽의 입장을 고루 대변할 수 있는 객관성 때문에 오히려 나름의 의미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일반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과 여타 국가 관광객을 분리시켰듯, 아이 있는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을 분리시켜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민폐로부터 일반손님을 보호해 주려는 노키즈존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서로가 빼닮았다.  애초 차별 대우를 자초한 건 결국 공공장소에서 무례한 행동을 일삼아 온 중국인 관광객들 자신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기본적인 예절 따위를 무시한 채 오로지 이기적인 행동으로 일관해 온 우리 스스로가 아닐까?  도를 넘어선 이기적인 행태는 결과적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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