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양심 저버린 가짜생수 유통, 안타까운 이유

새 날 2015. 10.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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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서 마시곤 하는 생수병은 새제품일 경우 충분한 위생 관리를 거친 것이기에 세균이 없는 상태이지만,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오염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병에 입을 대자마자 대략 10만 마리 정도의 세균이 페트병 속으로 들어가고, 이후 페트병 내부에 들러붙어 세균막을 만든 뒤 약 20분에 2배씩 그 세를 불려나간다고 하니 세균의 번식력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라 할 만합니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세균 활동은 더욱 왕성해지고 오염 속도마저 빨라진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결국 페트병을 한 번 열면 내용물이 남든 그렇지 않든 우리 몸을 위해 절대로 재활용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취재 결과 음용수 즉, 먹는 물의 기준은 1ml당 일반 세균의 수가 100마리 이하여야 하지만, 페트병을 재활용할 경우 최소 3배에서 많게는 120배까지 그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렇듯 우리 몸을 해롭게 만들 개연성이 있는 페트병 재활용의 사례를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접하게 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주변 식당 등에선 생수가 담겨 있던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물을 내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면역력에 취약한 노약자가 이런 물을 마셨다가는 자칫 식중독 따위에 걸릴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소들은 이렇듯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 도처에 널려 있는 셈입니다.

 

ⓒ뉴시스

 

그런데 이보다 우리를 더욱 뜨악케 할 만한 생수 관련 소식 하나가 언론발로 전해졌습니다. 주점이나 모텔 등에서 공짜로 제공되는 생수의 다수가 가짜라는 것입니다. 모텔과 주점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빈병 제조업체로부터 플라스틱 페트병과 병뚜껑을 구입하여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 - 실제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이라고 함 -_-;; - 을 담아 시판용 생수인 것처럼 속여 영업에 사용하였으며, 무려 백만개가 넘는 빈병과 병뚜껑은 이미 전국의 주점과 모텔 등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종 업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생수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세균이 기준치보다 8배에서 무려 1,200배까지 검출됐으며, 염소 등 소독 부산물도 함께 나왔다고 합니다. 염소로 봐선 수돗물로 추정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요?

 

 

이런 방식으로 가짜 생수병 한 개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184원 꼴이라고 합니다. 업체에 따라, 혹은 물의 종류에 따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는 있겠으나 그럼에도 온전한 생수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과 가짜 생수의 제조 비용을 비교해 볼 때 큰 이득을 남길 만한 사안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불법 행위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행해지는 기회비용을 따져 본다면 오히려 손해일지도 모를 이런 짓을 도대체 왜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아주 적은 비용이라도 이의 절약을 통해 이득을 취할 요량임이 분명하지만 말입니다. 

 

간혹 가짜 양주를 제조하여 새제품인 것처럼 감쪽 같이 속여 파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혀를 끌끌차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생수는 양주에 비해 보잘 것 없기에 어쩌면 그다지 특별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할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만 생수는 술에 비해 소비계층이 훨씬 넓고 다양한 데다 술과 같은 기호식품이 아닌 일상에서 늘 접하게 되는 생활 밀착형 필수 소비재이기에 그 파급효과는 절대로 술에 비견될 바 아닙니다.

 

ⓒ부산경찰청

 

생수를 건네는 호의에 엉뚱한 사심을 감추고 있다는 건 짐짓 치명적일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비단 안에 독극물 따위를 넣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를 건네받은 이들은 분명 상대방의 호의로 의식한 채 아무 의심없이 생수 그 자체로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지만, 그러한 마음 내지 걸포장과는 달리 실제 용기 안의 내용물은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상상 이상의 것으로 채워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자신은 주점도 안 가고 모텔 같은 곳에도 갈 일 없으니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런 방식의 영업이 이미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비단 해당 업소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돈 앞에선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회 풍조로 볼 때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사회 도처에서 비슷한 방식의 행위가 이미 널리 통용돼왔음을 의미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봐야 함이 맞지 않을까요?

 

작은 이득을 얻기 위해 양심마저 팔아버린 이들을 우리 사회가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괘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응당 형성돼 있을 법한 믿음을 아주 작은 이득 하나 때문에 여지없이 산산조각내버렸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로부터 호의로 전해지는 작은 생수병 하나조차도 이젠 고맙다는 생각에 앞서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는 불신 가득한 세상이 돼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안타깝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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