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길거리 포교 활동에 기분이 언짢았던 이유

새 날 2015. 5. 17. 16:34
반응형

길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에게 포교활동을 일삼아 오던 특정종교 신자가, 지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성에게 접근하여 '제사비'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오다 결국 사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관련 보도에는 구체적인 종교가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길거리 포교'와 '제사비'라는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대충 어떤 종교일지 짐작이 가는 상황입니다.  이는 일전에 미용실 주인 아줌마로부터 전해 들었던 도시괴담류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길을 걸을 때면 우린 '도를 아십니까' 류의 길거리 포교 활동가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포교활동은 갈수록 진화해 가는 중입니다.  이젠 절대로 '도를 아십니까' 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해 오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영악해졌듯 이들 또한 그에 맞게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은밀하고도 아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행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인 1조는 기본입니다.  이들의 업무 분장은 그 어떤 조직보다 뛰어납니다.  즉 한 사람은 행인의 가던 길을 막아서고, 또 다른 사람은 그에게 말을 걸어 혼을 쏙 빼놓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한 번 걸려들 경우 그로부터 빠져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편, 명동이나 종로 등 서울 도심에 나가게 될 경우 간혹 특정 종교와 관련한 팻말을 든 채 확성기로 떠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종교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소음 공해를 유발할지언정 그나마 '도를 아십니까' 류처럼 길을 가던 행인들을 막아서는 따위의 무리수를 일삼지는 않는 눈치입니다.  때문에 각개 전투로 접근해 오는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짜증은 덜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들의 포교활동 방식을 두둔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사찰 앞에서 특정종교 홍보물을 뿌리다

 

어제, 그러니까 16일의 일이었네요.  제가 직접 겪은 걸 언급해 보려 합니다.  여행길에 들렀던 충남 모 사찰 앞에서 어떤 여성분이 아주 친절하게 전단지를 나눠주길래 저도 모르게 받아들었습니다만, 살펴 보았더니 불교가 아닌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선전물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불교 신자도 아니고 홍보물 속의 특정 종교와도 전혀 무관한 탓에 아무런 심적 동요가 없어야 정상일 법했으나 괜시리 기분이 언짢아지고 말았습니다.  왜일까요? 

 

부처님 오신 날이 코앞이라 사찰 안팎엔 오색창연한 연등이 달리는 등 무척 분주한 상황이었고, 신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찾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특정 종교 홍보물을 불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으니, 이는 결국 남의 잔칫집에 와서 훼방을 놓는 행태와 뭐가 다를까 싶었던 겁니다.  자신의 권리만 생각하고 타인의 권리에 대해선 전혀 배려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아무리 종교에 심취했다 해도 이쯤되면 종교에 앞서 사람으로서 응당 지니고 있어야 할 기본 양식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따위를 제대로 갖춘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종교란 것도 결국 사람이 밑바탕 아니었던가요?  이 홍보물은 제게, 얼마전 지진으로 나라 전체가 시름에 빠져든 네팔에서의 일화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습니다.  네팔은 전체 인구의 80% 가량이 힌두교도입니다.  그런데 지진 구호를 위해 파견된 한 기독교 구호단체가 현지에서 성경책을 나눠주며, "네팔의 지진 발생은 힌두교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사실이 현지 보도를 통해 알려져 파문이 일었습니다.

 

ⓒ한국일보

 

뿐만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단체로부터 파견된 의료진이 네팔 진료현장 접수처에서 긴급구호와 전혀 관련없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천국은 열려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여 현지에서의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망신인가 모르겠습니다.  정작 하라는 구호활동은 뒷전인 채 엉뚱한 선교활동만을 벌여왔던 게 아닌가요?  이러한 결과는 해당 종교에 대한 이미지뿐 아니라 자칫 국가 전체를 욕되게 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무척 엄중한 사안입니다. 

 

 

종교란 흔히 인간의 본성적 행위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다른 동물로부터는 종교적 행위 따위의 흔적을 전혀 엿볼 수가 없습니다.  종교란 이성을 지닌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행위이자 동물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탓입니다.  그러나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나 안하무인격 선교 행위는 결국 이렇듯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이 지닌 본성에 반하는, 반문명적 행동에 다름 아닙니다.  높은 지성과 이성을 겸비한 인간으로서 절대로 어울릴 법하지 않은 행위인 셈입니다.  이로 인해 작게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니와, 크게는 한 국가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마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길거리에서의 포교 활동이든, 해외에서의 선교 활동이든, 종교인 스스로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권리에 대해선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근본을 망각한 채 지나친 성과주의에 매몰될 경우 어떠한 결과를 빚어왔는지, 비단 종교가 아니더라도 우린 그동안 숱하게 봐 왔습니다.  종교인들에게 다시금 스스로와 근본부터 돌아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에 심취할 수 있는 권리를 무한정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자신이 현재 향유하고 있는 권리에 걸맞는, 타인의 그것 역시 침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 씀씀이가 무엇보다 절실하게 와닿는 요즘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