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 사진 조작' 채널A, 언론 책무 망각했나

새 날 2015. 5. 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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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트크롤러'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 역을 맡았던 주인공은 특종을 낚아채기 위해 영상 조작과 심지어 사건 은폐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보다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는 시청자들과 방송국이 이러한 결과를 빚고 만 셈이다.  물론 이와는 과정과 목적이 다소 상이하지만, 비슷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을 어떡하든 폭도로 몰아세워 시청자들에게 그들만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던 한 종편 방송사가 그만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한 것이다. 

 

종편 '채널A' 보도국 기자들이 지난 8일 세월호 시위와 관련한 자사의 오보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야당의 한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제소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돼 가고 있다.  애초 발단은 이러했다.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이 12년 전 집회 사진을 이용하여 '단독 입수 : 세월호 시위대 경찰 폭행 사진'이라는 자막을 붙여 지난 6일 방송을 내보내면서부터다.  채널A 소속 기자 61명은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날 채널A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경찰이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이 담긴 네 장의 사진 중 한 장은 2003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열린 농민집회 때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으로 오마이뉴스에서 제공되었고, 다른 한 장은 2008년 광우병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조선일보의 사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널A 방송화면 캡쳐

 

당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시위 영상을 접했을 시청자들의 의식속엔 어느덧 '세월호' 하면 '폭도'라는 이미지가 아로새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방송국은 바로 이러한 점을 노렸을 테니 말이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래도 명색이 보도 채널이거늘, 해당 이미지가 실제 세월호 집회와 전혀 관련이 없으리란 사실은 아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다.  채널A는 그렇게 사람들의 의식을 호도시키며 그들만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해 갔다.

 

비단 채널A뿐 아니라 근래 지나다니며 다른 종편채널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곁눈질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때리기에 연일 몰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종편뿐 아니라 이른바 자칭 보수라 일컫는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도 근래 비슷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나 과거 행적을 놓고 보건대 정황상 조직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불법 폭력시위가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자신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법과 질서의 테두리를 벗어난 외침은 결국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범법 행위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듯 특정 사안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방송을 내보내거나 온라인상에서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틀림없이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의미가 될 테다.  그동안 이들에게 있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모두를 종북세력으로 등치시키는 일 따위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잖은가.  하물며 폭도로 몰아세우는 일쯤이야 완전히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언론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정책에 관한 각종 정보와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언론 조직과 언론인들에게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에 입각한 보도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언론인들이 스스로 언론윤리강령을 정해 놓은 채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는 건 바로 그러한 연유 때문일 테다.  더욱이 이들에게 있어 윤리 의식은 여타의 조직이나 집단보다 훨씬 엄격하게 받아들여지며 강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사회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다른 조직이나 집단을 감시하며 비판하는 사회적 공기이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채널A는 이러한 언론 조직으로서의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과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는 비판자의 입장에 놓인 탓에 더욱 엄격한 윤리 의식이 요구되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언론의 근간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애써 무시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언론윤리강령 제4조의 진실보도, 객관보도 그리고 공정보도 결의, 제10조의 사진을 게재할 때 의도적인 조작을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을 어겼다.  이쯤되면 언론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경향신문

 

채널A의 세월호 시위와 관련한 주장과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제아무리 옳다손쳐도, 물론 그럴 일은 추호도 없다,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를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린 애초 언론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뿌리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광현 소비자경제부장은 2013년에도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는 내용을 방송해 논란이 됐던 당사자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언론은 결국 시민들의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연히 폐지돼야 하며, 이와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이를 방기한 경영진들 역시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함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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