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는 어릴 적에 자주 넘어졌다. 말도 늦게 트였고 운동신경도 느린데다 성장도 보통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뎌서 처음에는 막연히 그런 이유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4살 이후면 혼자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기였음에도 툭하면 넘어졌다. 문제는 넘어질 때마다 스스로의 신체를 보호하지 못해 자꾸만 머리를 땅에 부딪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충격으로 큰 혹이 생기거나 구토를 하는 바람에 병원에 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CT를 찍고 의사가 괜찮을 거라는 진단이 나와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곤 했다. 나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이 잦아졌다. 왜 자꾸 넘어지느냐며 아이를 채근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이는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선천성 사시였다. 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