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요즘처럼 낮을수록, 더군다나 하얀 눈이 몽실몽실 내려 와 천지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고, 길은 빙판 투성이인 요즘 같은 날이면 군에 입대하던 생각이 문득 나곤 합니다. 물론 벌써 한참 지난 일입니다만, 희한하게도 지나온 다른 일들에 비해 군 생활에 대한 기억은 더욱 새록새록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뇌에 진하게 각인될 만큼의 무언가 강한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충대에서 자대 배치를 받고, 이름 모를 동료들과 함께 버스에 오릅니다. 이제 이 버스는 배치받은 부대로 떠나갈 것입니다. 도심을 빠져나온 차는 차츰 산골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재잘거리던 입대 동기들은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더니 결국 침묵 모드로... 한참을 들어왔는가 봅니다. 주변은 온통 새하얀 눈, 그리고 첩첩산중, 말 없는 동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