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그리운 날엔

군 입대 하면 떠오르는 노래들

새 날 2013. 2. 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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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요즘처럼 낮을수록, 더군다나 하얀 눈이 몽실몽실 내려 와 천지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고, 길은 빙판 투성이인 요즘 같은 날이면 군에 입대하던 생각이 문득 나곤 합니다. 물론 벌써 한참 지난 일입니다만, 희한하게도 지나온 다른 일들에 비해 군 생활에 대한 기억은 더욱 새록새록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뇌에 진하게 각인될 만큼의 무언가 강한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충대에서 자대 배치를 받고, 이름 모를 동료들과 함께 버스에 오릅니다. 이제 이 버스는 배치받은 부대로 떠나갈 것입니다. 도심을 빠져나온 차는 차츰 산골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재잘거리던 입대 동기들은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더니 결국 침묵 모드로...

 

한참을 들어왔는가 봅니다. 주변은 온통 새하얀 눈, 그리고 첩첩산중, 말 없는 동기들 점차 표정마저 굳어져 갑니다. 주변에 부대가 있는 듯 현역 군인들의 눈 치우는 모습이 들어 옵니다. 제일 먼저 계급장부터 눈에 띠는군요. 우린 아직 계급장도 없는 신출내기인지라.. 우리들을 보며 그들끼리 뭐라 킥킥 댑니다. 더 두려워집니다. 얼마후 버스가 도착한 곳은 한 부대의 연병장인 듯, 주변엔 정말이지 산과 눈밖에 안 보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밖에는 키가 껑충하고 얼굴은 새까만, 무섭게 생긴 조교 한 분이 서 있었구요. 마치 도살장에라도 끌려온 소들처럼 그저 잔뜩 겁먹고 눈만 꿈벅이는 동기들...


겨울철의 신병생활은 예상대로 고역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내리는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을 정도였구요. 어느날 눈을 치우며 주변을 돌아보니, 철조망 쳐진 담벼락이 사방에 드리워져 있고, 험악한 산세에 드문 드문 지어진 군 막사들, 온통 눈으로 가득한 이곳을 바라보며 문득 드는 생각, 과연 내가 이곳을 탈출할 수는 있는 걸까?

날이 워낙 추우니 식사후 내무반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닦은 식기에 묻은 물기가 바로 얼어버리는 겁니다. 닭죽 같은 기름기 있는 음식이라도 나오는 날엔 더 곤욕입니다. 더운물로도 안 씻기는 것을 찬물로 닦고 있으니...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흘러 갑디다.

요즘 군 입대 때 부르는 노래의 대세는 아마도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아닐까 싶네요. 저희 땐 최백호의 '입영전야'란 노래밖에 없어 특별한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대 후엔 보다 세련된 형태의 노래가 등장하더군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란 노래입니다.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합니다.

요즘처럼 춥고 눈 많은 겨울이 돌아오면 입대하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그 시절이 그립다는 뜻은 절대 절대 아닙니다. 왜냐면 가끔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곤 하는데, 이건 악몽이거든요...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조성모 입영열차 안에서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그 곳의 생활들이 낯설고 힘들어
그대를 그리워 하기 전에 잠들지도 모르지만
어느 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자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그대 사진 위로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그 곳의 생활들이 낯설고 힘들어
그대를 그리워 하기 전에 잠들지도 모르지만
어느 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자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
그대 사진 위로 이런 생각만으로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그대 사진 위로


최백호 입영전야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

둥근 너의 얼굴 보이고
넘치는 술잔엔 너의 웃음이

정든 우리 헤어져도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지난 날들 돌아보면
숱한 우리 얘기

넓은 너의 가슴 열리고
마주 쥔 두 손엔 사나이 정이

내 나라 위해 떠나는 몸
뜨거운 피는 가슴에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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