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그리운 날엔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새 날 2013. 1. 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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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참 지난 이야기입니다.  회사 승진 시험 준비 때문에 집에서 나와 동기들과 함께 고시원을 잡아 놓고 공부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공부가 잘 안 될 때가 많아 모여서 술 한 잔 걸치는 게 다반사였지요.  그날도 부근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있었답니다.  그때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던 뉴스 앵커의 멘트, 김광석씨의 자살 소식이었어요.

 

순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저희 동기들 모두 반쯤 정신이 나갔더랬죠.  호프집 사장님께 간곡하게 부탁드렸어요.  김광석씨의 노래가 있다면 좀 틀어줄 수 있게느냐고...  마음씨 좋은 주인 아저씨, 저희 마음을 헤아리셨는지 혼쾌히 부탁을 들어 주셨어요.  그날 우린 호프집을 나와 다시 소주로 이어지는, 우울주를 진탕 퍼부으며 몸을 혹사시켰답니다.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제가 기억하고 있는 건, 시기적으로 요맘때였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도 친구들과 만나면 하소연 하는 말 중 하나,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찍 떠나는 거냐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날인가의 모임 때 2차로 간 노래방에서의 일입니다.  대부분 뽕짝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흥에 겨워 하고 있을 때, 한 분이 저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시더군요.  노래 한 곡조 뽑아 보라고..  전 미리 말씀드렸어요.  시쳇말로 제가 부르면 분위기 조져 버런다고..  그래도 괜찮으시답니다.  어쩔 수 없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릅니다.  김광석의 노래이긴 한데, 주변 분들의 연세를 고려하여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참고로 전 뽕짝 같은 거 잘 모르고 부르지도 못해요. -_-;;

물론 분위기 싸해집니다.  왜 아니겠어요.  기껏 분위기 띄워 열기구 태워 놓았더니, 한 순간에 잠수함으로 바꿔버리는 이 놀라운 기술..   하지만 노래를 유심히 끝까지 듣던 한 40대 중반쯤 되신 분이 나중에 제게 묻더군요.  누가 부른 노래인지 몰라도 슬퍼 눈물이 나려 한다며, 가사가 너무 좋다는...

요즘도 노래방에 가면 전 여전히 김광석씨의 노래를 부르곤 하지요.  지난 주말엔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대선 패배와 힘든 회사일 등 힐링할 건들이 많았기에, 마음의 치유를 빙자한 실상은 술판 모임이었어요.  당연히 2차는 노래를 했겠지요?  노래방에서의 우리 나이는 항상 서른즈음입니다.  아마 60대 70대가 되어도 서른즈음일 거예요.  그래도 늘 빼놓을 수 없는 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모두가 공감할 만 한 아름다운 가삿말에 김광석씨의 멋진 음색이 더해져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의료기술의 발달은 60대에게 노부부라 칭하기 힘든 시대를 만들어 주고 있어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60대가 7,80대로 바뀌어야 어울릴 법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노래에 실린 감성은 시대가 변해가도 늘 한결 같은 느낌으로 우리에게 와 닿을 듯합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작사 작곡 : 김목경
노래 : 김광석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가네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못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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