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엄혹했다.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처참히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퍼런 압제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학가의 학생들은 학생회와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불온서적이라 불리는 책을 서로 몰래 돌려 읽으면서 감춰진 진실에 대한 갈증을 일부나마 해소하곤 했다. 책 한 권이 지닌 힘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진실에 비로소 눈을 뜨고 이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학생들은 치솟는 분노에 어쩔 줄 몰라해했다. 불의에 맞서기 위해 과감히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이들의 피끓는 에너지가 한데 모여 결국 오늘날 민주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최루탄 가스로 뒤덮여 온통 희뿌옇던,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게 했던 불온한 대기, 그리고 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