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국과 언론의 인질 대응 방식, 너무 잔인하다

새 날 2014. 11. 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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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구호활동가 피터 캐시그의 참수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난 8월 첫 희생자에 이어 벌써 다섯번째다.  그런데 해당 동영상을 분석한 정보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번 영상은 과거의 것들과 비교해 패턴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읽힌단다. 

 

강경대응 시사하는 존 캐리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동영상 분석을 통해 IS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리란 짐작은 누구든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이 경각에 달한 극한 상황을 테러분자 소탕이란 명분으로 역이용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해당 분석 기사가 너무도 찜찜하게 다가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캐시그의 살해 이후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여성을 언급해가며 그녀의 생사 여부를 가십거리처럼 떠들어대는 언론 기사를 보노라면 역겹기까지 하다.  사람의 목을 내걸고 흥정하는 집단도 야만스럽지만, 테러집단과는 일절 타협조차 없다며 선을 그은 채 외려 인질로 붙잡힌 이들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 역시 잔혹함으로 치자면 그들 못지않다.  

 

 

참수 비디오 분석 및 여성 인질 관련 기사를 보고 있자니, IS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IS와 관련한 최신 동향 내지 첩보를 얻기 위해 다음 타깃의 인질 참수를 외려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의 이러한 판단은 미국 등의 국가에서 인질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과 영국은 인질에게 비극적인 상황이 예상돼도 석방을 위한 금전적 비용을 절대 지불하지 않는 국가로 꼽힌다.  때문에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이후 그의 부모가 "미국 정부가 인질에 돈을 지불하면 안 된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석방금 모금을 막는 등의 행위를 하면서 희생을 방치했다"고 주장하여 파문이 일기도 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 1월 테러조직이 외국인을 납치한 후 정부에 몸값을 요구해 올 경우 이에 대한 지불을 금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미국과 영국의 주도로 이뤄졌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은 유엔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나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자국민이 테러단체에 납치될 경우 석방 협상을 통해 여전히 몸값을 지불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정부 역시 실제 자국 국민이 살해되면서 석방 비용 지불과 관련하여 극심한 딜레마를 겪었으리라 관측되긴 한다.  그러나 끝내 고수된 원칙에 의해 결국 인질들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됐으며, 전 세계인들은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목도하며 한없는 절망감에 빠져들어야 했다.  자원봉사 활동 등 생전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던 그들에겐 너무도 끔찍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인질에 대한 석방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하여 적이나 테러집단으로 간주된 이들이 작금의 행태를 멈추지는 않으리라 본다.  종교적 신념은 물질적 보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몸값을 지불한들 인질이 풀려나리란 보장 역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생명을 살리려는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돼야 할 테다. 

 

몸값 지불을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이같은 행위가 향후 또 다른 납치를 자극하는 악순환적 효과밖에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몸값 지불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지금과 같은 납치 행위 역시 사라진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 

 

숨져간 이들뿐 아니라 현재 목숨이 경각에 달해있을지 모를 그들을 아예 죽은 사람으로 간주한 채 되레 그들의 고귀한 죽음을 역이용하려는 듯한 국가와 언론의 행태는 너무도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솔직히 몸값을 지불해서라도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보지만, 무자르듯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에 뭐라 딱히 단정짓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적어도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와 그들을 살리려는 노력은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계속돼야 할 테다.

 

이른바 '테러집단', 물론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리 불릴 수도 있음을 우린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은 국가와 민족, 그리고 종교를 명분으로 내건 채 무수한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있고, 아울러 서방국가들 역시 국가라는 이름으로 그들과의 성전(?)에 임하고 있지만, 결국 희생 당하는 대부분은 무고하거나 매우 선량한 민간인들뿐이란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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