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싱글세 논란, 단순 해프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새 날 2014. 11. 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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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싱글세 논란으로 12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은 하루종일 북새통이었다.  11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1인 가구에 대해 세금 매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소식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한 발 물러서며 이를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저출산 대책으로 과거에는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줬지만,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패널티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란다.

 

ⓒYTN 방송화면 캡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국가의 존망을 우려해야 할 만큼 심각하긴 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 출산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녀 수)이 1.1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에 랭크됐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대한민국이 꼽히고 있단다.  한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2750년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0'이 된단다.  정말 암울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무언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정부다.  앞에서 언급된 현실보다 그게 더 답답하다.  아니 실은 어떠한 대책을 내놓는다 한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덩어리 집약체 앞에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입장에선 애가 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일 테다.  결국 이에 대한 묘안을 짜내던 와중에 누군가의 입을 통해 가볍게 튀어나온 발언이 작금의 논란으로 불거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마른 장작 더미에 불씨 하나를 제대로 던져놓은 듯 어느덧 큰 불길이 되어 전국에 산재한 독신들의 가슴에 옮겨붙은 채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독신으로 지내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억울한 일이거늘 여기에 정부가 세금을 물리겠다고 나선 셈이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거나 기름을 제대로 끼얹은 격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의 세금을 물어 저출산 대책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다 사회적 반발에 가로막혀 취소된 전력이 있기에 독신들의 의심과 반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을 테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까지 포기한 이른바 '3포세대'라 불린다.  그만큼 우리 젊은이들의 사회적 위상과 삶이 위태롭다는 방증일 테다.  



누군들 독신으로 살고 싶겠는가.  독신으로 지내고 싶어 독신으로 있는 게 아니고, 아울러 아이를 낳기 싫어 안 낳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바늘구멍이라는 취업에 운 좋게 성공하여 결혼까지 골인했다 한들 아이 하나를 낳아 대학졸업까지 양육하는 데 평균 3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현실 앞에선 누구나 좌절을 맛봐야 하며, 때문에 선뜻 출산하기를 꺼려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일 테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이러한 모순들이 어느 한 가지 요소를 해소한다고 하여 해결될 만한 사안이 아닌, 우리 사회에 내재된 모든 문제점들이 얽히고 설켜있는 상황이라 딱히 해결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최근 담뱃값 인상을 필두로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소식과 더불어 부가세 인상 방안까지 논의될 만큼 일반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3포세대에겐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삶조차 사치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농담이라며 툭 내던진 한 마디이지만, 또 다른 세금을 걷겠다는, 그것도 이름조차 요상한 '싱글세'를 걷겠다고 나섰으니, 젊은이들이 뿔이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다. 

 

이번 논란, 젊은이들의 상처난 곳을 정부가 다시 한 번 후벼파며 재차 각인시켜준 셈이기에 단순 해프닝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정부와 관료들이 이런 발언을 농담이랍시고 서슴없이 툭툭 내뱉는다는 건 결국 국민들 알기를 자신들의 발톱에 낀 때보다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일 테니 말이다. 

 

과연 진짜 농담에서 비롯된 해프닝인 건지, 아니면 차후 비슷한 정책 추진을 위한 간보기 용으로 툭 내던져본 건지 그 정확한 속내를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먹고사니즘에 치여 사는 서민들에겐 이러한 농담 한 마디조차 날카로운 비수로 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은 절대 간과해선 안 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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