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긴 한가

새 날 2014. 11. 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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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남으로 해빙 무드를 탈 듯하던 남북관계가 또 다시 냉기류 속으로 빠져들었다.  표면상 대북전단 살포를 핑계 삼으며 시답잖게 어깃장을 놓았던 북한 탓인 듯 보이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지난 6월로 거슬러 가 보자.  공석이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임명되면서부터 대북정책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일더니 작금의 한결 같은 대북 강경 기조가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북한의 대남 접촉 창구 역시 어느 순간부터 통일부보다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이래 대남 창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15일 남북군사당국 접촉이나 제2차 고위급 접촉 일정 제의 역시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를 통해 이뤄졌다.  통일부가 이름값을 못한 채 점차 대북 라인에서 소외돼가는 모습이다.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 역시 청와대의 강경 기류로 인해 통일부는 제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채 끌려다녔던 것으로 읽힌다.  결국 화해와 개선의 물꼬가 트일 찰나 이 같은 묘한 분위기로 인해 남북관계가 파탄난 셈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한 주무부처가 되어야 할 통일부가 철저히 소외되고, 외려 국방장관 출신의 정통 군인이 대북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양상이라 유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에 대통령의 신뢰마저 더해지니 날개를 달며 현재의 대북 강경 기류를 계속 이어갈 기세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통일부 조직 개편에도 그대로 반영돼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사실과 대북정책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한 통일부 대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대북 기조의 유연성이 사라지고 강경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일 테다.

 

ⓒ뉴스토마토

 

그로 인한 파장이 밖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5일 통일부 조직 개편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정세분석국 산하 정보관리과를 폐지하고 교류협력국 산하에 인도개발협력과, 통일정책실 산하에 통일문화과를 신설키로 했단다.  과연 무슨 의미일까. 

 

이는 정보관리과의 폐지를 통해 북한 정세 분석을 토대로 남북 관계의 방향성과 대응 정책을 판단하던 통일부의 핵심 기능을 약화시키고, 반대로 새로 신설될 인도개발협력 및 통일문화 부문 조직을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 집행 기능을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통일부는 대북 정보 분석을 통한 통일 정책보다 단순 집행을 위한 행정 부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자 통일정책에 있어 통일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있어 통일부의 존재는 단순치가 않다.  통일 의지에 대한 상징이다.  이전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관계의 암흑기와 통일부의 위축이란, 불가분의 함수관계가 이를 잘 대변한다.  '통일대박'이 단순한 구호성 외침과 선전전으로 끝나지 않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하려면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밝힌 드레스덴 구상이 구체적인 형태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지금처럼 유연하지 못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는 '통일대박'이니 '드레스덴 구상'이니 하는 것들 죄다 헛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통일부의 위축은 최악의 경우 통일부 무용론으로 이어지며, 남북관계의 암흑기였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됨과 동시에 정부의 통일 논의 자체가 모두 헛구호였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결과밖에 안 될 테다. 

 

ⓒ기자협회보

 

한편,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상원과 하원을 동시에 석권하는 압승을 거뒀단다.  우리에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까?  미국 역시 대북 강경 기조를 꺼내들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의 대북 정책이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국 통일부의 위축은 정부의 대북관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터라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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