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수창 시민위 회부, 검찰 제 식구 감싸기 아닌가

새 날 2014. 11. 7. 08:33
반응형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 받은 지 2개월이 넘도록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며 미적거리다 뒤늦게 검찰 판단을 시민들의 몫으로 떠넘긴 것이다.

 

김수창 전 지검장은 8월12일 밤 제주시 이도2동 제주소방서 옆 도로변 등에서 5차례의 음란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광주고검 제주부 소속 부장검사를 제주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하는 등 공정한 수사를 애써 강조하고 나섰으나 사건 발생 석달이 다 되도록 사법처리 결과를 내놓지 못해 왔다.

 

ⓒ뉴시스

 

검찰시민위원회란 기소독점주의(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만이 가진다고 하는 주의)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 검찰심사회를 참고하여 2010년에 신설한 위원회다.  당시 부산의 한 건설업자가 현직 검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검사가 시민위원회 개최를 위원장에게 통보하면 13명의 시민위원이 토론을 거쳐 기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물론 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권고적 효력은 존재한다.  그동안 검찰은 시민위의 결정 대부분을 받아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제주지검이 아닌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 받은 지 두 달이 넘도록 뭉그적거리다 결국 시민들의 판단에 떠넘긴 결과로 봐선 사건 당시 불거졌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의 연장선쯤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검찰시민위원회에 맡겨지는 모든 사건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례로 가수 손호영 씨의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 복용 혐의 사건, 적어도 검찰 스스로가 연루되거나 처리하기 곤란한 사건에서 해당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아울러 그럴 때면 시민 결정이란 방패막이를 활용, 솜방망이 처벌의 면죄부를 주곤 하여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세계일보

 

2년전 서울동부지검 검사 성추문 비리 사건 당시 피해여성 사진 유출 범행을 저지른 검사 2명을 지난해 2월 검찰은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가 약식기소 의견을 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 밝혔지만, 정식기소를 주장해 온 경찰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라며 반발해야만 했다.

 

지난해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역시 경찰이 특수 강간 혐의로 수사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마찬가지로 검찰시민위원회에서의 불기소 의견을 내린 데 따른 결과다.  의혹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으며, 특수 강간 피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이 처분 이유였지만, 검찰 출신이었던 김학의 전 차관 건 역시 팔이 안으로 굽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의견일 테다. 

 

수십일동안 수사와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다 뒤늦게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듣기로 결정한 것은 검찰 스스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입버릇처럼 되뇌어 왔지만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세인의 비난을 받아 왔다. 

 

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도구로 자주 활용돼 오다 보니 도입 취지마저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당초 검찰의 엄벌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늦을 이유도, 아울러 검찰시민위원회에 사건을 굳이 떠넘길 필요도 없었을 테다.  선례에서 보듯 제 식구 봐주기의 흔적이 뚜렷하다는 의미이다.

 

한 설문조사가 현재 검찰의 위상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대검 감찰본부의 외부인사 영입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의 신뢰 저하 원인을 '제 식구 감싸기'로 꼽은 일반인이 무려 86.7%에 달하는 반면, 검사와 검찰 공무원 스스로는 26.4% 선에 그치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