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새 날 2014. 8. 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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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18일부터 23명의 환경미화원들에게 직원 식당을 통해 아침식사를 제공키로 했단다.  알고 보니 그동안 이들 환경미화원들의 직무 환경이 너무도 열악했던 상황이다.  청소용역업체 소속의 미화원들은 교육청 사무실과 화장실 청소를 주로 담당해 왔는데, 새벽부터 이른 청소를 마친 이들은 주로 화장실이나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곳에서 각자가 싸온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다.


다행히 새로 취임한 조희연 교육감이 이러한 사정을 접한 뒤 개선책을 내놓았다.  모처럼 들려오는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개선된 결과는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사안이고, 때문에 이렇듯 뉴스로 거론돼야 할 이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훈훈한 소식만 들려오면 얼마나 좋겠냐만, 국방부로부터 전해져오는 또 다른 소식은 우리를 급 우울하게 만든다.  최근 군대내 가혹행위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심병사로 분류된 이들의 잇단 일탈 행위와 폭행에 희생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들에 대한 관리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던 찰나다. 

 

그런데 무엇보다 소중히 다뤄져야 할 이들 관심병사들이 애초 국방부의 분류 단계부터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빈곤자와 편부모 등 결손가정 출신자를 사고유발 위험자 내지 구타 가혹행위 우려자와 동급인 B급(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 관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관심병사란 신체검사는 통과하였으나 정신적 및 외부적인 사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질병의 보유 등으로 인해 분대장 이상의 지휘관급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병사를 일컫는다.  이는 다음과 같이 세 등급으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A급 특별관리대상자

자살우려자, 사고유발 고위험자

 

B급 중점관리대상자

결손가정 신체결함 경제적 빈곤자, 성격 지능장애자, 구타·가혹행위 우려자, 사고유발 위험자

 

C급 기본관리대상자

허약체질 등 보호가 필요한 병사

 

가난한 가정 출신이라고 하여, 또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돌아가신 탓에 편모 내지 편부 등 결손가정이 되었다고 하여 무조건 중점관리대상인 B급으로 분류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가난하거나 부모가 두 분 중 단 한 분이라도 없는 사병이라면 가혹행위를 일삼거나 사고를 유발할 개연성이 다분하기라도 하다는 뜻인가? 

 

ⓒ연합뉴스

 

작금의 군내 사건 대부분은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빚어진 산물일 테다.  분류단계부터 이렇듯 엉성한 모양새이니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결국 허술하면서도 엉뚱한 방식의 분류가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관심병사 낙인을 찍어 관리해 온 국방부의 방식은 너무도 잔인하다.  가뜩이나 인권 사각지대로 여겨지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군에서 가정 환경 때문에 또 다시 차별을 받아야 하는 이 현실을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이는 복잡한 건 질색이고 돈 드는 일 또한 절대 할 수 없어 최대한 단순화시켜 편한 방식을 택한 결과물 아니던가.

 

국방부는 굳이 서울시교육청의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관심병사 분류 방식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  어차피 부조리한 병영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가?  이참에 불합리하며 불평등하기까지 해 인류가 함께 공히 누려야 할 권리마저 침해받을 소지가 다분한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 

 

관심병사의 분류 기준은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가정 형편 따위가 되어선 안 된다,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된 의학적 판단과 소견에 따른 분류 및 관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바른 병영문화의 개선은 제대로된 관심병사의 분류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국방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테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이렇듯 훈훈해지거나 우울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하는 작금의 사회 현실이 내겐 그저 씁쓸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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