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누가 교황의 노란 리본을 떼라 했는가?

새 날 2014. 8.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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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이땅에 자비와 은총 보따리를 한아름 풀어 놓은 채 18일 귀국길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왼쪽 가슴엔 여전히 노란색의 세월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교황의 행동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새지만 정작 교황 자신은 그리 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듯싶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 특히 세월호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치유의 마음을 담고자 한 교황의 순수한 표현마저 눈엣가시였는지 일부 몰지각한 세력들은 이를 가만히 두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황당한 사실은 교황이 귀국길의 비행기 안에서 방한기간동안의 뒷얘기들을 털어놓으며 밝혀졌다.  누군가 교황에게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하였으나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SBS 방송화면 캡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탐욕과 안전불감증 그리고 온갖 사회적 부조리가 응집되어 나타난 국가적 재난이다.  이러한 재난 상황 앞에서 좌와 우를 나누어 이념을 논하는 행위가 과연 온당한 일일까?  고통을 함께하고 위로의 마음을 담기 위해 가슴에 패용한 리본이 중립에 위반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휴가기간을 이용해 방한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적어도 박 대통령보다는 훨씬 바쁜, 교황이 가뜩이나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상처 투성이인 이땅을 일부러 찾아와 편가르기를 시도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는 해외토픽감이다.  교황의 순수함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우려 하는 이들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드러난 셈이기에 전 세계인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될 노릇이다.  정치권과 일부 세력들에 의해 세월호 참사마저도 좌우 논리로 악용되고 이의 논리로 접근시키더니, 이젠 교황 앞에서마저 중립 운운하며 볼썽사나운 본질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통탄할 노릇이다.

 

생각해 보라.  자식을 잃은 슬픔에 힘겨워 하고 고통을 겪고 있을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에 동참한다는 단순한 의미에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겠나?  그렇지 않다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이 결국 정치적으로 타살되기라도 했다는 의미인가?  이를 인정하기에 자꾸만 중립 운운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인가? 

 

교황 트위터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행위마저 이념 논쟁화하여 정치적으로 몰고가려는 발상 자체가 매우 불순한 시도로 읽힌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 때문에 가뜩이나 가족을 잃은 슴픔에 힘겨워할 유족들에게 있어 견딜 수 없을 수준의 고통마저 배가된 것이라는 사실을 교황은 이참에 확실히 깨닫고 귀국했을 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중립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세월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건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의 첫걸음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일 테다. 

 

교황의 노란리본마저 눈엣가시라며 이를 떼라고 하던 이들의 머리 속엔 온통 말도 되지 않는 것들마저 좌우이념 대결로 밀어붙여 정치적으로 악용할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이는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 세월호를 이용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움직임이 있다는 주장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세월호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몰아붙여 좌우이념 대립의 틀에 가두어 놓을 경우 과연 누구에게 유리할까?  그야 너무 뻔하지 않은가?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대통령과 여당은 유가족들이 마치 불순세력에 의해 조종되어 억지 주장을 펴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합의를 막고 있다고 설파하며 더러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 뒤에선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와 같은 이름조차 요상한 자칭 보수단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동시에 왜곡된 루머를 퍼뜨려 세월호 유가족들을 폄하하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목적은 단순하다.  세월호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두려운 거다.  왜 그런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들이 너무도 잘 알 테다.  비슷한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 진상 규명은 필요충분조건인 데도 말이다. 

 

이를 덮으려는 조급증이 결국 이땅을 방문, 위로의 마음을 선사하고자 한 교황의 순수함에 그만 불순함을 덧칠하고 말았다.  교황의 가슴에 패용한 노란리본마저 떼라는 무지의 만용으로 그들의 본질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정치병 환자들이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이란 없노라는 교황의 잔잔한 메시지를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이유가 보다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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