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바빠서 세월호유족 못 만난다? 어이없네

새 날 2014. 8. 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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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쉴드에 나섰다.  18일 SBS와의 인터뷰에서다.  이번엔 비록 의원 신분이었지만 마치 여전히 예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지위에라도 있는 듯 그의 대통령을 향한 애정엔 변함이 없어 보였다. 

 

지난해 12월 당시 민주당 장하나 의원과 양승조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헐리웃 액션을 통해 격한 반응을 토해냈던 이 의원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기자들에게 정부 비판 자제 요청 문자를 보내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렇듯 그의 대통령 쉴드는 이미 정평이 나있던 상황이다.

 

ⓒ연합뉴스

 

이건 여담이지만, 이정현 의원의 성격이 호탕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감정 표현이 뛰어나기에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유독 언론에 노출된 이미지들은 독특하다 못해 재미있다.  혹여 그런 게 아니라면 카메라 기자들에게 밉보이기라도 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행보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불통의 대명사랄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비교열위를 나타내는 분위기이다.  당연한가?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의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저평가(?)가 안쓰러웠던지 지난 버릇 못 버린 채 또 다시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여전히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의원은 더 이상 청와대 홍보수석이 아니다.  나설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을 향한 충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나 이쯤되면 쓸 데 없는 오지랖인지라 이 의원 본인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득 될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사심은 개인적으로 표현하는 게 분명 맞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바빠 세월호 유족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가해서 세월호 유족을 만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누가 들으면 교황이야말로 너무도 한가한 사람이라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해 주고 관심 가져준 줄 착각하기 꼭 알맞은 상황이다. 

 

ⓒ뉴시스

 

그러나 착각 마시라.  교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살인 일정을 소화해내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수년치의 일정이 빽빽하게 짜여져 있기에 갑작스레 발생하는 추가 일정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휴가기간을 쪼개가며 소화하곤 한다. 

 

이번 방한 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황은 이미 알려진 대로 자신의 휴가기간을 이용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렇듯 너무도 바쁜 일정에 쫓겨 휴가기간을 축내면서까지 방한, 부러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던 교황일진대, 그렇다면 우리 대통령은 어땠을까? 



이 의원의 말처럼 정말 바빠서 세월호 유족들을 못 만나기라도 한 것일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대통령은 못 만나는 게 아닌 안 만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교황과는 정반대로 휴가는 휴가대로 다 사용했으면서도, 그렇다고 하여 어딘가 특별히 다녀온 것 같지도 않다, 세월호 유족에겐 코빼기도 안 비쳤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들을 만나 이들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외려 생뚱맞게 공권력만을 낭비하고 있었다.  청와대 주변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경찰력이 동원돼 24시간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는 와중이다.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변 도로를 지날 때면 경찰 버스들이 한없이 늘어서 있는 살벌한 광경을 볼 수가 있다.  대통령의 속마음이 읽히는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정 운영 때문에 바빠 세월호 유족을 만나지 못한다며 쉴드를 칠 수 있는 걸까?  누가 보더라도 바빠서 못 만나는 게 아닌,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데도 말이다. 

 

ⓒ한겨레신문

 

아울러 이정현 의원의 말마따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비통해 하고 비분강개했던 건 분명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진정성을 갖췄느냐와 그 대상이 문제다.  대통령의 비통함에선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가식과 형식적인 모습마저 비쳐 오히려 논란을 빚어왔다는 사실이 문제인데다, 비분강개 역시 오로지 아랫사람들에 대한 잘잘못만을 탓하거나 유병언 일가에게 원죄를 씌운 채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속내를 비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통령이 세월호를 진작 지웠으리라는 건 한 달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유족의 단식농성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 수단으로 삼아왔던 광복절 기념사에서조차 이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는 점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접견을 위해 방한한 일본의 도쿄도지사조차 검은 정장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채였는데, 오히려 우리 대통령에게선 이 노란 리본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는 점 또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선물 받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 패용한 채 국내 일정을 끝까지 소화했지만, 대통령에게선 그러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세월호 유족을 향한 교황의 위로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자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정작 이들을 위로하며 나섰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기 때문이다.

 

우린 교황의 방문을 통해 대통령에게선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진심이란 어디에서건 통하는 법이다.  이정현 의원이 제아무리 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이라 한들, 세월호에 대해 여전히 영혼과 진심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건대, 이번 두둔은 적이 과잉 충성이라 여겨진다. 

 

이 의원은 대통령을 두둔하며 쉴드를 칠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특별법이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함이 맞겠다.  때문에 그의 생뚱맞은 대통령 쉴드가 너무도 어이없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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