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신뢰'와 '원칙' 버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는 것은?

새 날 2013. 3. 16. 08:29
반응형

 

한때 전체 경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조현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망언을 읾삼다가 결국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구속된다. 물론 구속된 지 불과 8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며 뒷말 무성하였지만, 강희락 전 청장을 비롯한 최근 수장들의 잇단 구속으로 인한 경찰 조직,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이며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경찰의 이런 최근 분위기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아직 임기가 남은 경찰청장의 자리에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하며 그녀가 또 다시 경찰 조직을 술렁이게 한 것이다. 경찰 조직의 사기 문제와는 별개로 더욱 문제가 된 것은 바로 그녀가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신뢰'니 '원칙'이니 하는 것들과 전면 배치되는 행동을 스스로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자신이 그토록 강조해 왔던 '신뢰'와 '원칙'을 스스로 공허하게 만들면서까지 무리하게 인사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얼까. 표면상으로는 자신의 핵심공약인 4대악 척결과 함께 경찰 조직의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그보단 권력기관인 경찰 조직으로부터 이전 정권의 색깔을 빼내고 본격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권력 유지란 대의명분(?) 앞에서의 경찰청장 임기 보장 약속, 그저 궁색해 보일 뿐이다. 사기가 저하될 대로 저하된 경찰 조직, 다시금 새 권력의 눈치를 보며 이번에도 권력의 색깔에 깔맞춤해 갈 듯싶다.

국민 치안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경찰 조직의 술렁임과 권력 눈치보기가 걱정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임기를 시작한 지 고작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 파기 행위이다. 시작부터 흠집나기 시작한 '신뢰'와 '원칙'은 그녀 스스로 양치기소년化 되어 가는 느낌을 주어 더욱 안타깝다.

공약을 파기한다고 하여 무조건 비난을 받아야 한다? 물론 아니다. 선거 기간동안 내걸었던 공약 중 불요불급하거나 재원마련이 현실상 어려운 건에 대한 파기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수장에 대한 임기 보장은 그녀가 경찰들 앞에서 직접 밝힌 바 있는 약속인데다가 지키기 어려운 공약도 아닌지라, 이번 인사조치,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이 되어 버렸다. 가뜩이나 내부적으로 사기 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예측 불가한 미래까지 더해지니 일할 맛이 나겠는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 큰 기대를 걸었던 건 분명 아니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되려는가 보다. '신뢰'와 '원칙'을 스스로 깬 그녀 앞에서의 경찰 조직, 믿고 따르기보다는 그저 권력 앞 눈치나 볼 공산이 커졌다. 국민들 또한 작은 약속부터 큰 약속까지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현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며 그녀에 대한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은 전 정권의 거짓과 위선에 신물이 났을 테고, 때문에 '신뢰'와 '원칙'을 유난히 강조했던,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의 그녀를 택했을 것인데, 시작부터 기대감이 무너져 버렸으니 향후 5년간의 전망 또한 지난 정권 마냥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신뢰'와 '원칙'이란 이미지가 빠진 박근혜 대통령에게선 그저 박정희의 망령만이 남아 어른거리는 느낌을 주어 섬뜩하다.

관련 무너지는 朴대통령의 원칙론...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