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안철수식 정치가 주는 피로감과 기대감

새 날 2013. 3.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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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에서 여권의 대세를 잠재울 만한 유일한 야권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안철수, 그의 등판만으로도 지리멸렬해 보였던 선거판은 금세 후끈 달아오른다. 젊은층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등에 업은 그, 새정치를 선보이겠다던 그의 약속은 야권의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며 훗날을 기약한다. 그러고선 홀연히 미국으로...

대선으로부터 3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안철수에 대한 대중적 인기나 지지는 여전한 걸까? 단언컨대 예전만 못할 듯하다. 무언가 보여줄 듯 말 듯한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당시 그가 보였던 모호한 행보는 일부 지지자들과 그에게 우호적이었던 이들에게마저도 제법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듯하다. 어쩌면 그의 새정치란 것이 바로 그의 애매한 화법과 표현 속에 담긴 이미지, 그 자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좌우 이념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려는, 신중함에서 비롯한 모호함 그런 거 말이다. 다만 대선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전투력을 상실한 야권의 구심점이 없기에 그의 지지자들은 그가 미워도(?) 여전히 그를 믿고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양상이리라.

애매모호한 그의 화법이 늘 화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최대한 두루뭉슬 피해가는 게 그의 주특기인 듯하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할 듯싶다. 우선 원래 그의 스타일이 그런 거라 볼 수 있다. 보이는 그대로가 본심인 그런 거 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것일 테고, 그게 무언지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온당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입장에서 볼 때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뜨뜨미지근한 지원은 그에게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더 많게 했던 실책으로 보여진다. 자신이 추구하는 새정치와 기성정치와의 선을 긋기 위한 의도라는 점은 알겠으나, 이는 대선 당일 개표도 이뤄지기 전 야멸차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의 모습과 한데 어우러져, 그를 책임감 없으며 속 좁은 소인배 쯤의 이미지로 각인시킨 경향이 크다. 이로 인한 그의 신뢰, 최소 30% 정도는 증발된 느낌이다.


하지만 야권이나 여권 모두 그의 귀환에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 역력하다. 귀국후 현재 여야간 첨예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에 대한 그의 해법, 여전히 그의 어투처럼 불투명하며 이도 저도 아닌 색채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가 추구하는 정치란 결국 표면적으로 볼 때, 야권과 여권 모두를 잘못된 것이라 질타하는 정치인 셈이다. 때문에 여야 모두 그의 재등장이 결코 탐탁치만은 않은 것이다.

귀국과 동시에 4월 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노라는 그의 발언이 자칫 무색해질지도 모를 형국이다. 그가 손을 내민 곳은 바로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인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관심지역이고, 아울러 기존 야권과의 대립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이곳이 과연 그가 언급한, 낮은 곳이란 개념에 합당한지부터가 의문인 거다.

어찌되었든 안철수식 새정치의 모습, 조만간 볼 수 있을 듯하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기대감만 잔뜩 심어주고 정작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개그처럼 공허한 개그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가득하다. 그의 등장은 현실 정치권의 곪아터진 염증으로부터 비롯된 경향이 크다. 그가 과연 이 염증을 얼마나 도려내어 새 살이 돋게 할 수 있을지 사실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그가 이제껏 보여주었던 행보가 원래 그의 본심이든 그렇지 않든 국민들이 그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하다. 때문에 그가 구시대적 정치인의 범주에 가둬버린 진짜사나이, 문재인의 든든한 맏형 이미지가 요새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그래도 우리가 여전히 그를 지지하며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 새정치라는 화두를 던진 것도 그이고, 이제 정식 정치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 그이기에, 분명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치 지형 변화에 그의 역할이 한 몫 하리란 판단과 함께 아무쪼록 이 땅에 새롭고 건전한 정치문화가 뿌리내려졌음 하는 간절한 바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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