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정희 트라우마"란 공포가 빚은 해프닝

새 날 2013. 3. 12. 08:07
반응형

 

 

지금은 숨쉬는 것과 같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평소 의식 없이 누리며 살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하지만 불과 3-40년 전만 해도 현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국가란 이름으로 획일적이며 엄한 통제 하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국민의 사상이나 생각, 자유마저 한 틀에 묶어두려 했던 겁니다. 그 뒤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부분에서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 구성이 여의치 않아 가뜩이나 머리 복잡할 박근혜 대통령, 뜻밖의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 · 의결 처리되었는데요. 이 개정안 가운데 과다노출에 대한 범칙금 부과가 논란이 된 것입니다. 아마도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횡행했던, 미니스커트와 두발 길이 단속과 같은 유신시대의 악습이 연상되어 벌어진 일인 듯합니다.

법 조문에서 과다노출 범칙금 대상자는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단속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과잉 처벌이 전혀 우려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주변인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알몸 노출과 같은 상황에 대한 처벌 조항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때문에 경범죄처벌법은 비단 과다노출뿐 아니라 기타 다른 영역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필요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과다노출에 대한 범칙금 부과라는 경범죄 처벌에 관한 법 조항이 아닌,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듯합니다. 여전히 국민들 대다수는 그녀로부터 문득문득 박정희 데자뷰를 떠올리는 듯하기 때문이지요. 이번 경범죄 논란 또한 만약 다른 대통령의 경우라면 조용히 지나칠 만한 소소한 사안에 불과했던지라 이러한 과잉 반응이 나타나게 된 건 여전히 많은 수의 국민들이 안고 있는 '박정희 트라우마'에 대한 조건반사였지 싶은 겁니다. 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라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요. 그만큼 유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국민들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는 방증인 게지요.

이번 논란은 물론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임이 명백합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 그녀의 등 뒤엔 여전히 선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은 정확하며 매섭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 어쩌면 이제 막 살림을 꾸려나가기 시작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바른 방향으로 나가달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성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겁니다.

국민 대통합이란 화두를 던진 박근혜 대통령, 그와는 거리가 먼 불통과 독단적 행보로 일관하게 될 때 국민들의 수많은 눈초리들이, 그녀의 등 뒤에서 어른거리고 있을 유신이란 망령을 언제고 불쑥 튀어나오게 하여 그녀를 무척이나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아 넣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관련 ‘과다노출 범칙금 5만원’ 놓고 유신 부활 거센 논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