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향한 편협한 시선을 거두라

새 날 2014. 7. 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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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6.4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에 입성한 남경필 지사의 3일 출근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도지사 정도의 지위라면 으레 운전기사가 딸린 검정색 대형 세단을 쉽게 연상시키게 되지만, 남 지사는 이날 자신 소유의 차량인 1,000cc 경차 '모닝'을 타고 출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혁신도지사로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나부터 바꾸겠다. 연비도 좋고 주차하기도 편해 앞으로 출퇴근할 때 모닝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용차 역시 배기량이 큰 체어맨에서 작은 배기량의 카니발로 바꿔 15일부터 사용하기로 결정했단다.  당장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 지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건 비단 차량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앞서 야당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에 임명하고, 정책과 인사권한을 보수와 진보세력이 함께 나누는 '연정'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자체가 연정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란다.  아울러 도지사 공관을 47년만에 일반에 개방하여 소외계층의 결혼식장과 외빈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용도 등 일반 시민이 쓸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활용키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바야흐로 경기도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말로 내세운 혁신에 실제 행동이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가 향후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긴 하다.  사실 남 지사의 경차 출근이 눈에 크게 띨 만큼 주목을 받아야 하거나 거사를 치른 건 아니지만, 고위직에 만연한 특권의식과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권위주의 의식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의미있는 발걸음이라 평가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포털사이트 관련기사 댓글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도한, 그러한 것이었다.  남 지사를 향해 서민 코스프레니 보여주기식 쇼라는 둥 각종 힐난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편협함은 이른바 보수니 진보니 하며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치들일수록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싶다.  자신의 진영이 아닐 경우 저주가 담긴 댓글 융단폭격을 퍼붓기 일쑤다.

 

물론 남 지사의 행동에 약간의 작위적인 모습과 연출이 전혀 없었노라 말할 순 없다.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경차 이용의 이유에 대해 스스로 혁신을 언급해가며 구구절절 얘기하는 모습 속에서 그러한 측면이 조금은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 정치인 중 한 명인 그에 대한 관심이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이를 확산시키려면 이렇듯 자꾸 떠들어댈 필요성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남 지사가 누군가 다른 이들처럼 망언을 퍼부은 것도 아니고, 아울러 사회에 누를 끼칠 만큼 커다란 과오를 저지른 건 더더욱 아닐진대, 온갖 힐난과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얼까?  자신의 진영이 아닐 경우 아무리 잘한 일이라도 까임을 당하거나 욕을 얻어 먹어야 하는 걸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작금의 상황, 분명 맞는 걸까?  하지만 편협함이란 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했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남 지사가 땅을 산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절약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행동인데 사람들은 왜 잘한 일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에 이토록 인색해야만 할까?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아니고, 아울러 자신의 진영에 속해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엔 남 잘되는 꼴을 못보는 한국적 정서도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다.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그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려는 의도도 물론 엿보인다.

 

둘로 나뉘어진 양 진영은 너무도 견고하다.  자신의 진영과 반대 진영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가 되었든, 어떤 일을 벌였든 일단 까고 봐야 한다.  어떡하든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된 채 온갖 비아냥과 욕설로 도배를 한다.  이러한 행위엔 이성적인 판단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소위 말하는 진보와 보수로 편가르기한 후 반대 진영 글에 구름떼처럼 우루루 몰려다니며 저속한 댓글로 일순간에 도배를 해버리기 일쑤다.  이러한 행동 뒤엔 진보와 보수라 불리는 양 진영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서로 간 우열을 가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의 행동이 정녕 쇼가 될런지 아니면 형식적인 퍼포먼스로 그치게 될런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곧 답이 나올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섣불리 예단하는 건 커다란 우를 범하는 일일 테다.  잘하고 있는 일에 대해선 그저 잘한다며 칭찬해 주면 그만이다. 

 

남 지사의 속내는 솔직히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본인만이 알 테다.  다만, 지금 그가 걷고 있는 행보는 딱히 잘못된 점이 없어 보인다.  만일 하는 시늉만 내다가 얼마 못가 흐지부지된다면, 그때가서 그를 질책해도 충분하다.  우린 그가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면 그만이다.  난 그의 행동이 설령 쇼였다 한들 큰 흠은 아니라 생각한다.  혹시 아는가.  그의 행보가 다른 지사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자체 전체에,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오게 할지, 아울러 별로 기대를 걸고 싶진 않지만, 혹여 남 지사의 행보가 그의 소속 새누리당에도 미약하게나마 변화를 불러오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일단 큰 의미가 있는 셈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에 불어올 혁신의 바람이 경기도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남경필 지사의 행보를 적극 응원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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