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차라리 특목고를 왕창 늘려라 그게 취지에 맞다

새 날 2013. 3.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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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감 부임 이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일반고교에 대한 여러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동안 추구해왔던 고교다양성 정책의 폐해가 이곳저곳에서 드러나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방증인 게다. 일부 특목고와 자사고는 세간의 주목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으며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럴수록 상대적으로 일반고교의 몰골과 위상은 갈수록 초라해져 바닥을 기고 있는 형국이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싶다. 일반고교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심경은 어떨까. 안 봐도 비디오 아니겠는가.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사기 저하는 이미 위험 수준에 올라와 있는 거다.

교육청의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이미 만사지탄의 느낌 지울 수 없어 보인다. 얼마전 문용린 신임 교육감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일반고교의 '자율학교' 지정 정책, 전면 백지화됐다. 그 대신 이번엔 '교육과정 거점학교'란 요상한 제도를 들고 나왔다. 백년지대계란 교육제도와 정책이 단 며칠만에 손바닥 뒤집듯 마구 뒤집히고 있는 거다.

거점학교란 일반고교 중 예술,·과학, 외국어 등을 집중 교육하는 학교로, 이 분야에 소질이 있고 재능있는 일반고교의 학생들을 모아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당장 올 2학기부터 지역별 5~6개 고교를 묶어, 그중 한 곳을 '교육과정 거점학교'로 지정 운영키로 했단다. 거점학교엔 과학고나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고, 그밖에 특성화고도 함께 지정할 수 있어, 일반고교 학생들이 원하는 특목고 등에서 심화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한단다. 오호 제법 그럴싸한데..


하지만 결국 이도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는 일반고교의 사기를 달래려는 일시적인 제스쳐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근본적으로 애초 시행하려 했던 '자율학교'와 정책적 취지나 효과가 같다는 점, 갑작스런 정책의 변경도 그렇거니와, 1년동안 이미 짜여진 각 학교별 교육과정은 어떡하라고 당장 2학기부터 도입한다는 것인지, 아울러 교육과정과 시간이 학교별로 천차만별일 텐데, 이건 또 어떻게 조정하여 함께 수업이 가능케 할 것인지, 듣고 싶은 수업을 위한 타 학교로의 이동은 과연 수월할런지, 정작 듣기 원하는 심화수업을 진행하는 특목고가 자신의 거점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 때의 실효성 문제는 없는지 등등 사실상 성공 가능성 거의 희박해 보인다.

결국 땜질처방 내지 미봉책인 거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교 무상 정책, 이는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였으니 신뢰와 원칙을 유난히 강조했던 그녀, 이를 분명 실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면 이에 필요한 예산을 차라리 일반고의 특목고로의 전환 정책에 대거 투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어차피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일반고교의 품질 저하 현상 더욱 심화되리란 게 일반적인 시각일 테고, 서율시교육감이 꽤나 신경쓰고 있는 듯한 일반고생 중 특정 교과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 그들에 대한 배려와 교육감의 의중을 헤아려서라도 일반고교를 특수목적고로 대부분 전환하는 게 맞지 싶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께서 내세웠던 공약상의 정책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탁월한(?) 마인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듯해 심히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일반고교를 없애 이들을 대부분 특수목적고로 전환하고, 고교 무상 정책 예산을 신규 특수목적고에 대거 투하, 대책없는 일반고교의 무상교육 실현보다 많은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 만들어질 특수목적고를 다닐 수 있도록 근본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정책 변화 기대만(?) 해 본다.

관련 일반고 학생도 외고·과학고서 수업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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