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기초연금공약 후퇴, 왜 진영 장관이 사퇴를?

새 날 2013. 9.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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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는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노년층의 압도적인 지지세를 모으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진영 복지부장관 사의 표명

 

18대 대선은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10년전의 대선에 비해 약 300만명 가량 늘어난 독특한 특징이 있던 터였고, 이들 장년층 및 노년층의 뜨거운 투표 열기가 실제로 높은 투표율과 더 많은 득표율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수훈 갑이 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26일 발표 예정인 기초연금제도 시행 최종안에는 대선 당시의 공약이 사실상 파기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여 일찌감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업무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수장 진영 장관이 이에 대한 총대를 짊어지고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도 해당 공약 후퇴의 불가피성을 적극 알리고 있어 박근혜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 조정은 이미 기정 사실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약의 후퇴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지만 국가 재정 형편상 힘든 것을 갖고 무조건 이행하라는 것도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까지에게만 지급할 예정이다"고 말한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 공약 결국 후퇴하나

 

그렇다면 이번에 도입될 기초연금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으로부터 최종안까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화해 왔을까? 

 

ⓒ한국경제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대선 공약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넘어오면서 어르신들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액수를 차등지급하는 방향으로 변질된다.  

 

박근혜정부의 공식 출범 이후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는 소득 하위 70-80%로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어 왔다. 

 

그리고 26일 발표 예정인 최종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수준 하위 70% 이하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여 소득 또는 국민연금 수령액과 연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애초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과 달리 지급대상 및 지급액수 모두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공약 파기 총대 맨 진영 장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는 어디로? 

 

65세 이상이면 누구에게나 일괄 지급하겠노란 20만원의 기초노령연금 공약 덕분에 어르신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득표 세례 속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이러한 결과에 대해 박 대통령 본인 역시 부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달콤한 감언이설성 공약으로 미혹, 어르신들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해당 공약을 파기 내지 후퇴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어르신들을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 속여오고 기만한 행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공약이란 건 대국민 약속이기에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재원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충분히 파기도 가능하고 후퇴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다만 그 과정이 문제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되기 전엔 선심 쓰듯 온통 화려하며 달콤한 단어와 어휘들을 남발, 유권자를 현혹시켜 놓더니, 대통령이 된 이후엔 국민들 모르게 은근슬쩍 하나씩 파기해 나가는 행태 말이다. 

 

재원 마련에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를 설득해야 함이 옳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의 경우 워낙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강조해 왔던 터라 많은 국민들, 이를 믿고 그녀에게 스스럼 없이 한 표 행사를 했으리라.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신뢰와 원칙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은 공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취임한 지 고작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진영 복지부장관에게 모두 떠넘기려 하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부분이다.  이쯤되면 국정책임자로서의 태도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며 무책임한 행동이란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근래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놓고 볼 때 도저히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무리수라 여겨질 만큼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제법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개인적인 도덕적 흠결 의혹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였으나 사표 수리를 반려한 채 감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점,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굴종해야 할 대상 정도로만 여기는 듯한 무뢰한 같은 행보,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 역할은 못한 채 그저 대통령의 뒷치닥거리만을 도맡아 하는 집사 역할로 전락했다는 점 등 말이다.

 

아울러 물론 아직 정식 사퇴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공약 파기를 자신이 직접 해명하고 나서도 국민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일 텐데, 해당 업무 수장인 복지부장관을 대신 사퇴시킴으로써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는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임기초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자신이 금과옥조로 여겨오던 신뢰와 원칙을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자신의 과오를 아랫사람들에게 책임 전가하려는 듯한 행위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는다면,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잔여 임기가 훨씬 많아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선 대통령들의 행보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기초노령연금을 둘러싼 논란들, 며칠 뒤면 그 뚜껑이 열린다.  과연 어떤 형태로 전개될런지 걱정반 우려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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