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공무원 시험 열풍, 모두가 공무원 꿈꾸는 사회

새 날 2013. 7.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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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말로 "공무원 광풍의 시대"라 불려도 손색 없을 만큼 우리 사회의 공무원 시험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불황의 골이 끝간 데 모를 정도로 깊어가고 있고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져가고 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짙게 드리워진 불황의 그늘

 

언제 끝날 지 기약 없는 이번 장마처럼 끝 모를 장기 불황은 우리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당장 여름 휴가철 특수마저 실종될 우려에 처해 있다는 언론에서의 연이은 보도가 있었고, 잘 나가던 커피나 애완동물용품시장마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집니다. 

 

비단 이러한 영역뿐이겠습니까?  그 끝을 전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장기 불황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전 경제 주체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향후 경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조차 여전히 우려를 거두지 못한 채 어두운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8월 전망치 역시 92.7로 4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했노라고 밝혔습니다.  기준선 100에 못 미칠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넘을 경우엔 그 반대에 해당하게 됩니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불황 국면을 탈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그래프가 보여주듯 오히려 최근 수 개월간 해당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장기불황이 낳은 기현상

 

이러한 장기 불황과 취업난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져가자 취업 시장의 판도 또한 그에 걸맞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보다 안정적인 직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돼가고 있는 것입니다.  연간 공무원 시험 지원자수가 45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선 평균 47대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합니다.

 

이들중 특히 최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수험생이 20만명에 달하며 75대1이란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가히 공무원 열풍이 온 사회를 휩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올해 공무원 시험 지원자수는 정확히 45만3301명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응시자 62만1336명 중 일반계고 재학생수 43만6839명을 웃도는 규모에 해당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이렇듯 공무원 시험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려는 사회, 씁쓸한 이유

 

일반적으로 구직자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면 연봉과 적성 그리고 성취감 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커리어가 올해 구직자 587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 시 기준이 되는 항목"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설문 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연봉, 적성, 성취감의 순으로, 반면 여성의 경우엔 적성, 성취감, 장래성을 우선 순위로 꼽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업 선택을 논할 때면 늘 따라오던 가장 이상적인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그냥 이상적인 기준일 뿐, 막상 눈 앞에 현실로 닥친 취업난 앞에선 그 누구도 이상을 쫓기보다는 현실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잡코리아가 최근 전국 2,30대 취업준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 결과 공무원이 가장 선호되는 직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30%에 육박하는 이들이 목표 직업으로 공무원을 꼽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을 선호하는 연령대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중고등학생 6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설문 조사 결과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어서 의사, 공무원 등이 뒤를 잇고 있었습니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청소년들조차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된 듯하여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직업 선호도는 당시의 경기 상황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엔 돈을 많이 벌거나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출세의 한 방편으로서의 선호가 뚜렷한 시기도 있었으나 근래엔 돈이나 명예보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현 직업의 지속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경기가 어렵고 취업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현상,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뭐든 한 쪽으로의 치우침이 지나치다면 분명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한결 같이 공무원이 되겠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뛰어들게 될 경우 채용 인원은 어차피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준비생들이 고배를 마시게 될 텐데, 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을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극단적으로 치우친 직업 선호 현상 때문에 자칫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등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마저 초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작금의 공무원 열풍이란 기현상을 목도하고 있자니 우리 사회가 그 만큼 점점 더 각박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씁쓸함을 못내 감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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