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의 DMZ 평화공원 제안이 공허한 이유

새 날 2013. 7.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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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코리아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된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을 제안하였습니다.  지난 5월 방미 때 미국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이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박 대통령,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비무장지대의 작은 지역에서부터 무기가 사라지고,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곳이 바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 사실상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각 정권마다 북한과의 유화정책 수단으로써 DMZ 내의 평화 상징 조성에 대한 제안을 하여 왔으며, 심지어는 근래 남북관계에 있어 최악의 경색 국면으로 치달았던 이명박 대통령 또한 비슷한 제안을 했던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동아일보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정전협정 제1조 1항에 의거해 마련된 곳으로서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며, 일반적으로는 적대국의 군대 간 발생 우려가 있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거나 국제교통로 확보 목적을 위해 설치되어지곤 합니다. 

 

한반도는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km의 지대가 이에 해당하며, 지난 60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되면서 생태계의 보고로도 잘 알려졌지만, 약 100만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지극히 위험한 지역이라는 상반된 성격 또한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약 중 하나였던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직후 5월 미국 순방 때 미 의회에서 이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이후 정부에서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가며 이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가 일부라도 걸쳐있는 지자체에선 저마다 자신의 지역이 평화공원 조성의 최적지라며 이를 유치하기 위해 벌써부터 과열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기도 합니다. 
 
개성공단은 포기한 채 DMZ 평화공원 조성?

 

한편 지난 25일 있었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6차 실무회담이 결국 결렬되었습니다.  개성공단 파행 책임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을 놓고 남과 북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다 끝내 이를 극복 못한 것입니다.  당장 향후의 전망 또한 불투명합니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마저 고려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과 소통 가능한 대화 채널은 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거의 유일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칙만을 고수하며 그로부터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와 청와대의 외고집스런 대북 강경 모드로 인해 통일부 등 실무진들은 아무런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정책의 유연성, 융통성이라곤 털끝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딱한 처지를 고려해서라도 우선 가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정부가 원하는 목적은 추후에 달성해도 늦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불씨가 살아 있을 때 어떡하든 불씨를 살려내는 일이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는 불씨를 살리려 하기 보단 명분과 원칙만을 고수한 채 매우 경직된 자세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절대 협상이 타결될 리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공허한 이유

 

남북의 경색 국면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결과를 제공합니다.  지난 3월부터 상호간 전쟁불사를 외쳐가며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다소 수그러든 듯도 하지만 예전과 같은 한반도의 평화 국면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때문에 외부의 시선에 의한 한반도는 여전히 위험천만한 곳일 뿐입니다. 

 

특히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일본, 우리의 상황을 그 어느 나라보다 가장 잘 알 터, 일본의 한 고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오는 11월 아이들이 한국으로 수학여행 가기로 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운동을 인터넷에서 벌이고 있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테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우리 자녀를 한국으로 수학여행 보낼 수 없다"며 한반도 정세 불안을 이유로 수학여행지를 바꿔줄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현재 시가현뿐 아니라 돗토리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평화를 유지해 왔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아도 됐을 법한 일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대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찾기란 사실상 힘들어 보입니다.  아울러 DMZ 평화공원 조성 제안은 박 대통령의 독자적인 생각에 의한 결과물이 아닌, 과거 정권부터 매 정권마다 줄기차게 제안되어 왔던 사안이기에 새로울 것도 없으며,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효과를 노리기보단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림수로 읽힐 뿐입니다.

 

대북관계의 유일한 창구였던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결렬시켜 놓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DMZ 평화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마치 뺨 한 대 세게 때려놓고 "웃어라"라고 하는 것과 진배 없어 보입니다.  만약 이 제안이 진정성을 갖춘 것이 맞다면,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어야 함이 수순일 것입니다.

 

북측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전 정권에서 일방적으로 제안해 왔듯 박근혜정부의 제안 또한 그의 연장선 쯤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싶습니다.  자신의 임기내 치적 쌓기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역공약 이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질적인 노림수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결국 일종의 형식적인 선언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업은 당장 북한의 협조 없이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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