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전협정 60주년, 남북관계의 현 주소를 말하다

새 날 2013. 7. 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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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번째 되는 날입니다.  한반도를 양분한 남과 북은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동안 종전이 아닌 어정쩡하고 불안정한 전쟁의 일시 중단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

 

때문에 최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때마침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즈음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제법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협상 결렬로 인해 최악의 경우 자칫 개성공단에서 완전 철수를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비춰 볼 때 이번 협상의 결렬은 충분히 예견되어 왔던 일입니다.  행여 그렇다손 쳐도 남과 북의 유일한 대화 채널이었던 이번 회담의 무산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셈입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만 하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 26일 통일부 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하여 1) 개성공단 유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2) 주재원과 국내 지원인력의 생존권 보장 방안 마련 3) 경협보험금의 신속한 집행 4) 피해실태 조사결과에 따른 실효성 있는 긴급 대출 등의 4개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오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혀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에서의 철수마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이번 실무회담의 성사로 인해 비록 실낱 같긴 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겐 날벼락과 같은 소식임에 틀림 없습니다.

 

남북관계 현실 보여주는 장면들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이란 세월이 흘러왔건만 남북의 대치 상황은 개선 없이 여전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상징하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 몇 개를 추려보았습니다. 

 

<장면1> 녹슬어 부식된 장비들

 

지난 18,19일 이틀간 개성공단을 방문하여 공장 내 기계 및 설비를 점검하고 돌아온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 개성공단 폐쇄 이후 3개월 여만에 찾은 공장의 상황은 그야 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이미지에서처럼 기계와 부품들이 온통 녹이 슬고 부식되어가고 있던 것입니다.  심지어 웬만해선 녹이 슬지 않는, 한 벌에 수억원에 달하는 금형마저 뻘겋게 변해 있더랍니다.


<장면 2> 몸싸움 벌이는 회담 요원들  ⓒ서울신문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6차 실무회담 종료후 관계자 20여 명과 함께 남측 기자실을 돌연 방문하여 기자회견을 자청,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회담이 오늘까지 6차에 걸쳐 진행되었으나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내 결렬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측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끝내 파국으로 치닫나

 

지난 6일부터 2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은 이번 사태를 빚은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내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어둡기만 합니다.  8월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가 또 다시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이제껏 보여온 대북 강경책이 일부 국민들에게 단호하고 원칙있는 자세로 받아들여지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껏 고무되어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대북 강경책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상승의 주된 동력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결국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을 희생양 삼아 정권의 인기를 유지해나가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청와대 관계자의 실무회담 결렬과 관련한 26일 발언에서도 앞으로의 대북정책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재발방지 보장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정부의 입장이고 분명한 원칙이다.  그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이다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이벤트는 영원히 없다라는 취지로 읽히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오늘,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실은 여전히 풀릴 기미 없이 마치 뻘겋게 녹이 슬어 부식되어가는 개성공단의 기계들처럼 또한 심한 몸싸움을 벌인 남북 실무회담 요원들처럼 오히려 악화일로를 향해 치닫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과연 남북관계에 있어 평화라는 단어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게 될까요?  60년이나 지속돼왔던 정전협정은 또 얼마나 오랜 기간을 더 지속시켜야 할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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