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쪼잔하다 국정원, 통 크게 좀 활동해라

새 날 2013. 2. 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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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 요새 국정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정원장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 지불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전직 국정원 여직원 2명에게, 국정원은 외려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에 의한 검찰 고발로 응수했단다. 이들 퇴직 직원들은 행정소송에 앞서 국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소송 관련 진술 허가를 받아 진술했기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 대표 국가정보기관 국정원... 요즘 위상이 말이 아닌 듯하다. 내부적으로도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일 것 같다. 물론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정치 역학적으로 무척이나 민감한 시기였던 지난 대선 정국에 서둘러 수사가 마무리되며 결과가 발표되었던 일명 '국정원녀 사건', 양파였던가? 경찰의 애초 발표와는 달리 껍질을 벗겨내면 낼수록 새로운 의혹들이 안에서 마구 샘솟아 나오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이젠 그 결과가 어디로 튈 지 예단조차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1차 문제는 수사결과 발표시기이다. 경찰은 3차 대선 토론이 있던 날 밤 11시 쯤, 국정원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 그의 흔적이 전혀 없어 사실 무근이라며 서둘러 수사결과 발표를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을 놓고 보았을 때, 국정원은 국가 안위를 위한 중차대한 업무는 도외시한 채 직원들을 동원해 쪼잔하게(?)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이용한 조직적 선거 개입 활동에나 주력해 온 듯하고, 경찰은 해당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 정황이 포착되었으며, 더 나아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서둘러 사건을 봉합, 결과를 발표해 주어, 누군가에게 무한 충성심마저 발휘했던 걸로 읽힌다.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이 혼연일체가 되어 특정 대선 후보의 당선에 영향이 미칠 수 있도록 조직적이며 계획적으로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였을 충분한 개연성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묶지 말 것이며, 배밭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8대 대선 때 무소속 후보로 직접 나섰던 강지원 변호사 또한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의 선거 개입 사실이 드러난다면 4·19 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민변에서는 국가정보기관의 직접적인 선거 관여는 명백한 관권 선거이기에 자칫 대선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을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경찰이 애시당초 대충 마무리하려 한 기색이 역력했던 국정원녀 사건, 이제 이는 일파만파 확산되어 가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이다. 취임을 앞두고 있는 박 당선자에겐 당면한 짐이 될 것이며,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들 앞에 모든 의혹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며,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라도 남겼다간 이제 막 새로운 정부를 꾸려 나갈 그녀에게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은 조직 내부에서 스스로 자초한 어려움을 쪼잔하게 자꾸 외부의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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