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베를루스코니의 미친 존재감 유럽엔 공포로

새 날 2013. 2. 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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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망나니'..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일컬음이다. 끝없는 기행과 망언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인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이다. 정계를 떠났던 그가 지난해 12월 복귀를 선언함과 동시에 2월 총선에서 재차 총리직을 노리고 있다. 2011년 경제 위기와 각종 부패 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13개월만이다. 자신이 떠난 후 경제 상황이 더욱 안 좋아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게 표면상 그의 정계 복귀 이유이지만, 정작 그가 이탈리아 경제를 망친 원흉이기에 이 역시 궤변에 불과해 보일 뿐이다.

 

망언, 스캔들, 부정부패 종결자

 

그의 최근 망언을 살펴 보자. 홀로코스트(대학살) 추모일이었던 지난 1월 27일(현지시각) 파시스트인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그의 발언으로 전 유럽인들에게 공분을 불러 일으키며 비난 여론을 들끓게 했다. 하지만 그의 무솔리니 옹호 발언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과 2010년에도 비슷한 발언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겪어 온 바 있다.

그는 얼마전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행위와 섹스파티 등 잦은 성추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고, 50세 연하인 여친과 약혼식을 올려 세간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혼한 전 부인에게 지급할 천문학적인 위자료 때문에 가십거리가 되는 등 그의 뒤엔 늘 스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다니는 형국이다.

결국 뇌물공여 및 탈세 등의 온갖 부정부패 혐의와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그는 재판을 받았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랬던 그가 다시 총리 후보로서 물망에 올랐다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우리 나이로 올해 78세이다.

 

오직 총리만이 목표? 그의 선심성 공약

 

2월 총선 정국에 돌입한 이탈리아, 이번엔 그의 표심 잡기용 선심성 총선 공약이 화제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그가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재산세를 아예 폐지하고, 지난해 걷힌 재산세 40억 유로(6조원)마저도 국민들에게 일일이 현금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황당한 약속을 한 것이다. 아울러 어떠한 형태의 부유세도 도입하지 않겠단다.

현재 재정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가뜩이나 지쳐있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얄팍한 공약으로 움직여, 총리직을 꿰차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당장 필요한 40억 유로에 대한 재원은 정당에 대한 지원 중단, 담배세율 인상, 스위스 내 이탈리아인이 소유한 부동산 등의 자산에 대한 과세를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현 마리오 몬티 총리가 베를루스코니는 약속을 지킨 적이 없으며, 이를 유권자들이 잘 기억하고 있다며 그의 공약을 평가 절하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유로존엔 재앙

 

하지만 자신 때문에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맞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베를루스코니 그는 현 상황을 몬티 총리의 탓으로 모두 전가시키며, 유로존의 긴축재정 정책과 함께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행보가 유권자들에게 일정 부분 먹혀든다는 점이며, 최근 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속한 우파가 좌파에 비해 현재 5%P 뒤쳐져 있지만, 그 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예민한 문제인 '절세'라는 선심성 공약마저 들고 나온 터라 모두가 혹시나 하며 좌불안석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의 승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며 벌이고 있는 행동들이 자칫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 각국의 재정 위기 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는 건 아닌가 하여 남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유로존 전체가 노심초사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승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현재와 앞으로의 정책들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란 나라도 참으로 알 수 없다. 17년간 망나니짓으로 국격에 먹칠을 하고 나라 경제를 파탄낸 이가 어찌 다시 정계에 복귀할 수 있는 거며, 더군다나 총리 자리를 꿰차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수 있는 건지... 물론 그는 일단 승리하더라도 총리직은 맡지 않겠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사조가 되어 돌아온 그, 유로존의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의 망령을 다시 끄집어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이탈리아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일 수도... 어찌 되었든 재정 위기 극복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에 찌든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감언이설로 교묘히 다가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망언의 극치와 부정부패의 종결자 다운 모습 그리고 온갖 추문과 스캔들을 제조해 온 그에게 이탈리아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총리란 막중한 직책을 꿈꿀 수 있게 해 준 건 정말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의 기행과 같은 도전이 말 그대로 찻잔 속 미풍으로 끝나게 될 지, 아니면 유로존 전체를 다시 한 번 흔들며 세계 경제에 먹구름 드리우는 결과를 낳게 할런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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