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남북 당국회담, 성공해야 할 또 다른 이유

새 날 2013. 6. 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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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악화된 남북 관계는 이후 북한의 갖은 도발로 인해 모든 교류 협력 채널이 끊어진 상태다.  남북회담 또한 2007년 장관급 회담이 개최된 이후 더 이상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북한과의 유일한 연결 채널로 활용되어 왔던 개성공단마저 최근 잠정 폐쇄된 상태다.

 

한껏 고무된, 대화 무드로의 반전 기대감

 

남과 북,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도발 위협을 최고조로 높였던 지난 4월, 남북의 대치 상황은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던 셈이다.  다행히 북한이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왔다.  우리 또한 이에 화답하며 12일 서울에서의 남북 당국회담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쟁 운운하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려 왔던 사실로 비쳐볼 때 이제까지의 진행, 비교적 순탄하면서도 일사천리로 이뤄진 느낌이다. 

 

남북 당국회담이 개최될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서울신문

 

이번 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북이 극한 대치 끝에  모처럼 맞이하게 될 대화 무드라는 점뿐만 아니라 6년이란 지루하리 만큼 긴 휴식기를 거친 뒤 이뤄지는 책임 있는 당국자 회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회담에 대해 가장 먼저 반색하고 나섰다.  개성공단 폐쇄 후 어려움을 겪어 왔던 해당 기업들의 경영난 탈출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있다.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5년동안 금강산으로 통하는 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으로 갈리며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산가족들 또한 이번 회담에 가슴 설레해 하는 건 마찬가지다.  2010년 11월 이후 2년 반 동안 끊겼던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 적대감

 

하지만, 이번 남북 당국회담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의 20대와 청소년들의 경우 성장해오며 남북의 평화로웠던 관계보다 북한의 도발과 험악했던 대치 국면만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어온 세대다.  때문에 다른 어느 세대보다 북한에 대한 증오감과 적대적 감정이 강하리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이는 마치 6.25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많이 드러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음은 대학생 대상 웹진 "캠퍼스위크"가 지난 4월 대학생 1428명에게 북한과 관련한 설문을 실시하여 얻어낸 결과물이다.

 

 

무려 70% 이상의 대학생이 북한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중 25% 가량은 북한을 매우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고 있었다.  물론 설문조사 시점이 북한의 위협이 극에 달해 있던 지난 4월이었기에 그러한 상황이 조사 결과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으리란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보자.

 

 

지난 201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겨레21에서 20대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그 윗세대들에 비해 반공교육 등을 받지 않아 사상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상당히 자유로울 법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상당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의 입에선 전쟁이란 용어도 서슴없다.

 

남북 당국회담 성공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현재의 20대나 청소년들, 자아를 깨닫도록 성장해오는 동안 평화로웠던 남북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다.  이들이 성장하던 시기가 바로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던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시기와 맞물려 있고,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북한 핵실험, 그리고 최근의 도발 위협과 개성공단 폐쇄까지, 줄곧 북한의 무리한 도발이 감행됐던 시기인지라 북한에 대한 감정이 좋을래야 좋을 수 없다.

 

6.25를 겪은 세대들의 북한에 대한 악감정을 누그러뜨려가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성공하는데 무려 반세기가 걸렸다.  이후 세대들은 청소년기 반공교육까지 받으며 성장하였지만, 이명박 정권 이전 정권들의 잇따른 대북 유화정책에 따른 북한과의 평화로웠던 시대를 직접 경험한 바 있어 지금의 젊은 세대나 6.25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한반도 평화가 우리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불거졌던 일련의 사태들을 통해 여실히 깨닫게 한다.  평화를 위해선 남북 대화와 지속적인 교류 협력 관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남과 북의 평화로운 시대를 몸소 체험케 하여 북한에 대한 막연한 적대 감정을 누그러뜨릴 필요성이 있다.  적대 감정을 희석시키고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에 무려 반세기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는 점,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일찍이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 했을 젊은 세대에게 남북 평화 공존이란 경험을 선사해 주자. 

 

이번 회담은 북한과의 단절된 관계만을 겪어온 젊은 세대들에게 남북관계의 중요성과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일깨우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회담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디 남북 당국회담을 성공리에 개최하여 평화로운 대화 국면이 지속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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