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학교폭력 피해자 이사비 지원이 씁쓸한 이유

새 날 2013. 6. 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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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학교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엄중한 사회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된 바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또한 이와 인식을 같이하며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의 범주에 포함시켜 이의 척결을 위해 강한 정책을 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방 위주의 학교폭력 대책

 

지난 5월 3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등 4대 사회악 척결을 위한 국민안전종합대책 중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보면, 학교 200m 이내를 "학생안전지역"으로 설정 통합 관리하고, 학교폭력전담 경찰관 증원 계획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내 폭력서클에 대해 7월까지 실태파악을 마친 후 해체토록 유도하는 것과 함께 고위험군 학생 관리 강화에 대한 계획도 담겨져 있습니다.

 

 

정부는 또한 이의 확실한 성과를 위해 4대악 범죄에 대한 각각의 목표 수치를 정해 줄여 나가는 감축목표관리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해당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중 학교폭력 부분만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해 전체 학생 중 10% 정도가 경험한 학교폭력을 2017년엔 6% 이하로 낮추겠노란 계획입니다. 

 

5년간 학교폭력을 30% 줄여나가겠다는 취지엔 무척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제발 목표치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로, 학교폭력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저 목표 수치란 것이 과거의 관행처럼 정책 입안자들이 그냥 책상에 앉아 대충 뚝딱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여 우려스럽습니다.  어떤 근거에 의한 수치인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숫자 맞추기란 성과주의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형식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거나 쓸 데 없는 곳에 행정력의 낭비를 불러오게 되는 건 아닌지도 걱정스러워야 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정책 당국에선 이를 막기 위한 복안도 함께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쏟아져나온 학교폭력 대책들, 역시나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합니다.  정부의 모든 역량을 학폭 예방에만 집중시켜 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지나치게 예방 위주의 정책에만 치우쳐져 있고, 피해자 지원 대책엔 너무 소홀하다는 학폭 피해자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폭력 사전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을 정책적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은 분명 맞지만, 사후 관리에 대한 정책 비중 또한 높여야 보다 완벽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이사 비용 지원

 

한편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이사비 지원 제도를 학교폭력 피해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키로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이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학폭 피해자가 거주지를 옮길 때에도 이사비 일체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은 서울교육청을 직접 찾아 학폭으로 피해를 입어 이사를 가게 된 학생들을 수소문한 바 있고, 교육청 또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해당 제도를 적극 활용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우선 학폭 피해자 대책이 절대 미흡한 상황에서 나온 직접적인 금전 지원 형태라는 측면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이번 협력사업,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이라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 일반적으로 학폭에 의한 직접적인 1차 피해뿐 아니라 이사에 따르는 제반 비용 등 2차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는 이중고를 겪어왔던 차였기에 그나마 이번 지원이 학폭 피해자들에게 가뭄 끝에 단비 역할을 해주리라 판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폭 피해자는 모두 전학가라?

 

하지만, 학폭 피해자들이 학교를 옮기고 싶어 옮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가해자의 추가적인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사건 해결 과정에서 학교 측과의 마찰이 발생하여 아이들이 학교에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되어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려 결국 전학이란 극단의 카드를 꺼내들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보호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학교폭력의 실상은 그와 달랐던 겁니다.

 

정부 또한 이에 대한 폐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피해학생 전학 조치를 삭제하고, 가해학생 강제 전학 규정을 삽입한 바 있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조치입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하겠노라던 정부가 오히려 이사비까지 지원해 주며 이들을 등 떠미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들은 학교에 남아 전체 교과과정을 무사히 마치며 졸업까지 하는 마당에 피해자들은 마치 죄인인 양 숨어다니다 소리 소문 없이 다른 지역으로 몸을 숨겨야 했습니다.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사비 지원이 반드시 반가울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실제 이사를 해야 할 입장이라면 학폭 피해를 입었을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적으나마 금전적 지원으로 인한 위안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이사를 원치 않는 피해자에겐 이는 마치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을 강제 전학이라도 시키겠노라는 식의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식 제도라기보단 서울중앙지검의 일시적인 협조를 통해 이뤄지는 정책이기에 과연 지속적으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입니다.  생색내기와 성과 위주의 정책으로 몇 차례 지원해주는 척 하다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법적 지위가 부여되지 않고 지속성과 안정성마저 갖추지 못한 임시 정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원 제도로 인해 오히려 가지 않아도 될 전학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입니다.  때문에 피해자 보상을 위한 대책으로서 과연 합당한 제도인지의 여부 또한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학폭 피해자를 위한 정책들이 매우 미흡한 상황에서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이번 정책이 진일보한 것만은 분명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왠지 피해자가 알아서 스스로 떠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씁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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