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불량식품"이 헷갈려, 여전히 위협받는 먹거리안전

새 날 2013. 5.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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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근 강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 "불량식품"이란 용어에서 오는 묘한 어감 때문에 그동안 적잖은 해프닝을 불러왔던 게 사실이다. 

 

  불량식품? 어감에서 오는 모호함

 

그도 그럴 것이 "불량식품"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학창시절 학교 앞 문방구나 노점에서 사먹던 이름 모를 과자류나 길거리음식들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관점에선 "불량식품"이란 용어가 주는 고정관념 때문에 "고작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4대악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테고, 심지어 다소 우스꽝스런(?) 공약에 그저 떨떠름한 느낌마저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의 이런 의지는 일선 경찰에까지 전달되어 4대 사회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에 대한 집중단속이 최근 시작됐다.  그런데 일선 경찰들에게서 이에 대한 볼멘소리가 연일 튀어나오고 있단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불량식품에 대한 애매모호한 개념 때문에 단속이 혼란스럽다는 점이고,, 둘째, 첫째 이유와 연결되는 부분인데, 가뜩이나 단속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황에서 왜 자신들까지 불량식품 단속에 합류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며, 실적 위주의 단속 독촉에 괴롭다는 반응이다.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총괄 부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청에서 처로의 승격은 박근혜정부의 "불량식품"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 표출 중 하나이다.  거기에 검찰과 경찰까지 총 동원하여 본격 단속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역시 예상했던 잡음이 들려온다.  일선 경찰들의 볼멘소리도 결국 이러한 지나친 실적 챙기기와 모호한 단속 범위 때문에 파생된 결과물이다.  이에 대한 유탄은 엉뚱한 쪽으로 날아들었다.  불량식품을 단속한답시고, 애꿎은 학교앞 문방구나 분식점 그리고 영세 식품제조업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도, 불량식품도, 명확한 개념 정리부터?

 

그럼 박근혜정부표 "불량식품"이란 무엇인 걸까?  4대 사회악 근절을 들고 나올 때마다 수도 없이 언급해 왔던 "불량식품",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내 정의는 유일하다.  이제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사전적으로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을 의미하나, 통상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을 의미"한다고 정의한 게 전부다. 



애매모호함으로 따지자면 "창조경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때문에 실적 챙기기에 급급한 일선 경찰들의 연일 계속되는 헛발질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경찰청에선 뒤늦게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불량식품 관련 수사 매뉴얼을 발간하고 지침을 하달할 계획이란다.  식약처 등 전문기관의 자료를 분석하고 수사 사례를 첨부한 550쪽짜리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이 또한 "창조경제"의 재탕 삼탕을 보는 느낌이라 씁쓸하다. 

 

  여전히 위협 받고 있는 우리의 먹거리

 

정부의 불량식품 척결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먹거리 안전은 여전히 위협 받고 있다.  양잿물(수산화나트륨)에 담궈 중량을 6배로 부풀린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을 고급 음식점과 호텔 등에 유통시킨 업자가 최근 구속되었다.  이들의 수법, 중국 기술자로부터 익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납품한 물량이 무려 43톤에 이른다고 한다.  참고로 양잿물 성분은 완전히 제거되거나 중화되지 않으면 호흡곤란, 구토, 쇼크사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아울러 병들어 죽거나 폐사 직전의 돼지를 정식 도축장이 아닌 비위생적인 불법 도축장에서 도축하여 판매한 업자와 병든 돼지 3천여 마리를 사료로 만들어 식용견에게 먹인 뒤 전국으로 유통한 업자가 최근 경찰에 구속되었다. 

 

이렇듯 병든 육류가 정상적인 육류로 둔갑하여 우리 식탁에 오르고, 또한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화학약품으로 범벅된 식품이 고급 음식으로 탈바꿈하여 유통되고 있으니, 우리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은 여전히 취약하기만 한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4대악 척결 의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하며,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해악이라 생각한다.

 

  먹거리 안전을 지켜주세요

 

하지만 왜 굳이 "불량식품"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로 인한 혼선은 행정력의 낭비를 불러오고 애꿎은 희생자의 양산이 우려되기도 한다.  아울러 "불량식품" 척결에 모든 역량을 총 집결한 집중포화,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국민의 치안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이 바쁜 경찰관이 불량식품 단속에까지 매달리고 있다는 자체가 불량이란 비아냥, 새겨들어야 한다. 

 

새정부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경찰 수뇌부, 언제나 그래왔듯 그에 따른 실적 챙기기와 실적 부풀리기 경쟁을 일삼고 있을 일선 경찰관들, 이들의 엇박자는 안 봐도 뻔한 일이지 않겠는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애매모호한 용어 선정과 사용이 행정 일선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빠른 시간 내 "불량식품"에 대한 개념 정리를 끝내고,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위협 요소를 완벽하게 해소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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