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치기 어린 행동 그리고 뒷감당

새 날 2012. 6. 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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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은 큰 아이가 일찍 하교하는 날입니다. 야자 없는 유일한 요일이거든요. 하교 후 친구들과 머리를 하고 오겠다 합니다. '머리를 한 지 2주도 안 되었을 텐데.... ' 약간 의아해하긴 했습니다만 그냥 그러려니 했죠.

 

오후 늦게서야 도착한 큰 녀석의 머리를 보았습니다. 뜨아~~~~~~~~~~~~~ 이건 그야 말로 충격과 공포....

 

뭐라 형언하기 어렵네요. 예전 일본식 교복 입고 학교 다닐 때의 머리 있죠? 일명 2부라 하나요. 어쨌든 짧게 자른 머리도 놀라운데 거기에 한 술 더 떴더군요. 정수리 부근을 아라비아 숫자 '10'의 형태로 파 내었습니다.

 

녀석한테 이유를 물었지요. 이번 기말고사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한 친구들과의 결연한 의지 표현이라네요. 그럼 그 숫자는 무얼 의미하냐 또 물었어요. 그건 자기네 반에서 열 번 째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의미랍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어서 다시 물었어요. "그럼 그 미용실에선 깎아 달라 한다고 말리지 않고 그냥 깎아 주던?" "아뇨, 첨엔 정말 괜찮겠냐며 말렸지만....."

 

가만 보아 하니 친구들과 기말고사에 대한 도원결의 쯤을 하고 그의 의지 표현 수단으로 머리를 깎은 게 맞긴 한 것 같아요. 다만 숫자를 머리에 새긴 것은 친구들끼리의 농담 반 진담 반 치기 어린 장난이었는데 나름 순진한 녀석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 실행에 옮긴 것 같구요.

 

이렇게 깎아 놓고 보니 본인 스스로도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같고 민망했는가 봅니다. 그렇다고 잘라 놓은 머리를 다시 이어 붙일 수도 없고, 모자 쓰는 것도 허용 안 되니 참 난감한 일이었죠. 결국 머리를 최대한 짧게 잘라 새겨 놓은 숫자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사건 수습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터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애 엄마는 집에 있는 이발기구로 그 야밤에 녀석의 머리를 다 밀어 버렸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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