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세상 시름 씻어 내리기

새 날 2012. 6. 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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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동기 모임이 지난 주 있었습니다. 지난 1분기에 이은 3개월만의 만남입니다. 지난 해까지는 모임이 기껏해야 반기에 한 번 씩이었는데 동기 회장의 신변 변화로 인해 올해부턴 분기 모임의 형태로 더욱 잦아졌네요.

 

확실히 한 살 더 먹었다고 작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들입니다. 젊은 날 객기로 들었던 소줏잔도 이젠 제법 맛을 음미하며 들 수 있게 되었구요. 이 친구들을 통해서는 그동안 사회라는 싸움터에서 치열하게 다퉈 왔던 열혈 전사의 흔적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달라진 겁니다. 글쎄요 좋게 표현한다면 여유있어진 모습? 아니 보다 적확하게 표현해 본다면 세상사에 지쳐 거의 관조하는 듯한, 자포자기의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랬습니다. 아이들 교육도 그렇고, 부모님 봉양도 그렇고, 단순히 먹고 사는 것도 그렇고, 사실 뭐 하나 만만한 게 있던가요? 나이 듦에 비례한 삶의 무게가 이젠 패기 넘쳤던 우리 친구들에게도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 겁니다. 소주가 맛있다고 하는 분들 가끔 보긴 했지만 사실 소주가 무슨 맛이 있던가요? 그냥 쓰디 쓸 뿐이죠. 우린 그 쓴 소주를 나름 맛있는 척하며 식도 속으로 부어 넣습니다. 캬~

 

'세상 시름 씻어내리기' 쯤의 퍼포먼스라 하면 어울리려나요?

 

3년 만에 나온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이 친구, 뇌 경색으로 수술 받은 전력이 있어 술도 끊은 상태랍니다. 이렇게 아프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라는군요. 배운 게 많았다나요? 사실 이런 표현은 TV 같은 데서 많이 봤음직한 그런 거네요. 흔한 말로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되더라 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이 날 친구들과 술잔 기울이며 떠들어 댄 이야기들의 스펙트럼은 참으로 넓디 넓었습니다. 나이 먹어 가며 얕고 넓은 지식들만 쌓여가는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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