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가족관계 소중함 돌아보게 하는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

새 날 2019. 10. 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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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사는 보현(김은주)과 성락(서성광)은 청각장애인 부부다. 이들의 아들 원효(이로운)는 형편상 시골의 시어머니(김경애) 댁에 맡겨진 상태다. 어느덧 말귀를 알아들을 정도로 성장한 아들. 이제는 아이를 서울 집에서 양육해도 된다고 판단한 부부는 아들과 일상을 함께 누릴 생각에 꿈에 부풀어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랜만에 만난 원효로부터는 왠지 싸늘한 냉기만이 감돈다. 원효는 부부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다. 아이는 장애인 부모를 둔 덕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일이 마뜩지 않았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 또한 못마땅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부부는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해한다. 


부부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 오기 위해 어르고 달래도 보았으나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아이 할머니의 지원사격을 통해 어렵사리 원효를 서울 집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하는 부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아들과 애틋한 정을 누리고 싶어 하던 청각장애인 부부와 온전한 부모 역할을 바라던 비장애인 아들 사이의 간극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좀처럼 좁혀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들에게 가는 길>은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그리고 비장애인 자녀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제17회 장애인영화제 우수상 및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비장애인 아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청각장애인 부부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반면 아직 부모의 진정어린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던 원효에게는 소통의 부재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속 시원히 해소해주지 못하는 부모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아이의 부모에게는 아이의 이름을 온전히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그리고 아이에게는 ‘엄마’라는 호칭을 불러도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무엇보다 안타깝게 다가왔던 것이다. 



보현은 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 자식을 양육하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동안 끊임없이 원망하기만 해온 자신의 어머니를 문득 떠올려본다. 어릴 적 어머니는 왜 그녀에게 그토록 모질게 대했던 것일까? 장애인인 그녀가 미워서 그랬던 것일까?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지금의 원효 모습에 투영시킨 그녀는 자신과는 반대로 비장애인 부모로서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얼마나 고달프고 어려웠을까를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원효를 양육함으로써 장애 비장애를 떠나 이 세상 모든 부모의 역할과 처지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 것이다. 원효가 엄마 아빠와의 소통을 위해 수화를 배우며 성장해 나갔듯이, 보현 역시 자녀를 양육하면서 원망스러웠던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등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극 중 보현이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이보희) 앞에서 자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청각장애로 태어난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면서 울부짖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어린 보현이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녀를 매몰차게 대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눈물지었던 장면은 이 영화의 절정 부분이자 가장 뭉클했던 신으로 꼽힌다.



영화 <아들에게 가는 길>은 한 청각장애인 부부의 성장기다. 청각장애인 부부가 비장애인 아들을 양육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 부모가 아들에게 쏟는 무한 애정은, 비단 장애인 소재의 이야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또한 누군가의 부모가 될 수 있기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가족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을 통해 가족과 관계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떠한 형태가 됐든 부모와 자식의 입장이라면 모두가 수긍할 만한 이야기는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허한 마음 한 구석을 따듯하게 보듬어주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감독  최위안  


* 이미지 출처 : 에스와이코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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