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악질경찰이 자신보다 독한 악질을 만날 때 '악질경찰'

새 날 2019. 7.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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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직으로부터 뒷돈을 챙긴 뒤 이를 빌미로 비리를 눈감아주고, 범죄 행위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직접 사주해 온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 급전이 필요해진 그는 경찰이 압수한 창고를 털기 위해 한기철(정가람)을 현장으로 들여보낸다. 


그러나 창고에서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한기철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빚어진다. 동시에 조필호는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부단히 애를 쓰는 조필호.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되레 거대 세력의 음모가 그를 더욱 옥죄어 오는 형국이다.


영화 <악질경찰>은 비리경찰로 악명이 자자하던 형사가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려다 그보다 더욱 악독한 세력의 거대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조금씩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영화 <아저씨>로 2000년대 초반 액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김정범 감독의 최신작이다.



악질경찰이 자신보다 독한 악질을 만날 때


평소 나쁜 짓만 일삼고 입에는 걸레를 문 듯 육두문자를 늘 달고 사는 비리경찰 조필호. 범죄와 가까이하는 직업적 특성이 그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의 본디 인성이 그런 것인지는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조필호가 그동안 쏟아낸 무수한 말들 가운데 적어도 ‘경찰이 무서워 경찰이 되었다’는 너스레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비리경찰, 혹은 악질경찰이라 그런 걸까? 조필호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알던 보편적인 삶의 현장과는 거리가 제법 있어 보인다. 정확히 조필호의 눈높이에 맞춰 필터링해놓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면을 들춰놓은 듯 온통 암울함 일색이다. 온갖 범죄 행위가 난무하는 데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애 어른 가릴 것 없이 거칠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경악스럽게 다가오는 건 어른 뺨치게 하는 아이들의 모난 행동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이토록 거칠게 만들어놓은 건 결국 우리 어른들일 테고 이 세상일 테니, 조필호를 둘러싼 세상은 디스토피아에 다름 아니다. 



조필호가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피해갈 수 없게 된 거대 음모의 뒷배엔 국내 최고 재벌 기업 ‘태성’이 도사리고 있고, 이들과 결탁한 비리 검사가 등장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설정이다. 물론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과 차별화 지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아저씨>에서처럼 주인공의 미성년 파트너가 등장한다. 


영화 <아저씨>에 못 미치는 장르적 쾌감


영화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뒤 방황을 일삼아 온 미나(전소니)를 조필호와 한데 엮고 있다. 비리경찰 조필호와 비행청소년 미나의 이해관계는 이렇듯 실타래처럼 얽혀간다. 앙숙 같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의기투합에 이르게 되고, 자신보다 훨씬 지독한 진짜 악질을 만나게 되는 조필호는 그와 함께 점증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선균의 액션 연기는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일찍이 그 가능성을 엿본 바 있다. 검증된 그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평소 선한 이미지의 그였지만, 덕분에 표독스러운 악인 연기도 그에게 곧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범 감독은 영화 <아저씨>로 액션 장르의 신기원을 열어젖힌 인물이다. 때문에 그가 제작하는 영화는 <아저씨>와 비교 당하는 게 수순일 듯싶다. 이 영화 역시 대체적으로 <아저씨>의 장르적 쾌감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혹평 일색이다. 



관객들이 김정범 감독에게 조금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마도 <아저씨>라는 걸작을 만들어낸 원죄 때문이 아닐까? <아저씨>의 작품성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상 관객들의 가혹한 평가 세례는 어쩌면 감독에게는 일종의 숙명 내지 족쇄 같은 게 아닐는지.



감독  김정범


* 이미지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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