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독특한 설정과 뚝심으로 일궈낸 장르 영화 '데스트랩'

새 날 2019. 5.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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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찰청 강력계 소속 권민(주민하) 경위는 흉악한 탈옥수 허태원(김준섭)의 뒤를 추격하던 도중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에서 지뢰를 밟는다. 발을 떼는 순간 지뢰가 폭발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이 위급한 순간에 휴대폰마저도 그녀의 손을 벗어나게 되고, 실탄이 장착된 권총 한 자루 그리고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핸즈프리 이어셋이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생존 도구로 다가온다.

이어셋의 활용도는 한정되어있기 마련이다. 덕분에 권 경위는 이를 이용하여 수차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이곳으로부터의 탈출을 꾀하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비무장지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주변은 온통 적막감만 감돌 뿐 사람의 그림자라곤 일절 구경할 수가 없다. 북한을 향한 대북선전방송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상한 인기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공포심을 밖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화 <데스트랩>은 탈옥수의 뒤를 쫓던 경찰이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지뢰를 밟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극한 처지 속에서 오로지 블루투스 이어셋과 권총 한 자루만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독창적인 주제와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수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애리조나 국제영화제(제27회)에서 최우수 액션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고, 제22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국내외의 영화 팬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과 뚝심으로 독창적 장르 일궈내

탈옥수가 어쩌다 비무장지대까지 흘러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외딴 지역이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탈옥수는 가뜩이나 어디에서 갑자기 뛰쳐나올지 알 수 없는데다가 그를 추격하던 유일한 경찰인 권민 경위가 지뢰마저 밟은 기막힌 상황. 영화는 극한 처지로 내몰린 권민 경위를 중심에 놓은 뒤 그녀가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를 헤쳐 나오는가를 흥미롭게 그리고 유심히 살핀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비무장지대로 설정된 작은 숲이 전부다. 그러니까 권민 경위가 지뢰를 밟은 곳 일부로 한정돼 있다. 극중 카메라 앵글이 이곳을 벗어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등장인물은 권민 경위와 탈옥수 그리고 일본인 간첩(히로타 마사미) 등 총 세 명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구성이다. 감독은 이 한정된 자원만으로 러닝 타임 100분에 가까운 극을 완성해낸다. 하지만 극의 긴장감만큼은 엄지 척할 만한 수준이다.

비무장지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지뢰를 밟고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경찰, 그것도 여경이라는 극한 설정은 극에 긴박감을 더한다. 아울러 언제 어디에서 뛰쳐나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탈옥수의 존재감은 극의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요소다.



영화 <데스트랩>은 촬영에 있어서도 조금은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지뢰를 밟은 경찰이 자신이 쫓던 흉악한 탈옥수와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서의 심리적인 공포감, 그리고 제한된 공간에서의 긴장감을 더욱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극 곳곳에서 스마트폰과 고프로 등을 활용한 새롭고 신선한 감각의 앵글을 선보이고 있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 선 채로 밟은 지뢰가 터질까봐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곤충들의 습격까지 견뎌내야 했던 권민 경위로 분한 주민하의 열연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잔혹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형무소에서 탈옥한 탈옥수로 분한 김준섭의 능청스러운 연기 역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독특한 설정과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장르를 일궈내고 있는 감독의 뚝심이 대단하다.



감독  오인천


* 이미지 출처 : 블리트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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