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류준열'의 미친 연기력... 그만 보인다 '뺑반'

새 날 2019. 1. 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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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뺑반>에서 경찰 조직 내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내사과는 F1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실정이다. 그를 잡기 위해 모종의 작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무리한 강압수사라는 오명이 씌워진 채 물의를 빚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내사과 은시연(공효진) 경위를 뺑소니 전담반(이하 ‘뺑반’)으로 좌천시키게 된다.

엘리트 조직 내사과에 비하면 뺑반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조직원이라고는 반장(전혜진) 밑으로 자신과 또 다른 팀원 서민재(류준열) 순경이 전부다. 수사 방식마저도 어설펐다. 매뉴얼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서민재 그의 개인기에 의존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시연은 뺑반이 수사 중인 미해결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정재철임을 인지하게 된다.

영화 <뺑반>은 악의 화신이자 미치광이 스피드광이기도 한 사업가 정재철의 미친 질주와 그를 잡아들이기 위해 숨 가쁘게 추격하는 뺑반의 활약상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미치광이 사업가와 질주 본능 경찰의 극한대결

영화 초반은 은시연을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과 주변 상황이 얼기설기 그려진다. 그녀의 직속 상사는 내사과 소속 윤과장(염정아)과 뺑반 반장 우계장(전혜진) 두 사람이다. 둘은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이자 동기로서 작품 속에서는 철저한 라이벌 관계로 그려진다. 가치관과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이는 갈등의 씨앗이자 이번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영화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드는 미치광이 사업가 정재철과 그로 인해 내면 깊숙이 잠자던 질주 본능을 깨우게 되는 순경 서민재 두 사람의 극한 대결로 압축돼간다.

정재철과 서민재는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인물들이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물론 비슷한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의 성향은 전혀 다르다.



정재철은 말을 더듬는 등 외관상 어리숙하고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는 캐릭터다. 하지만 광적으로 스피드에 몰입하는 경우나 악행을 일삼을 때는 전혀 다른 면모를 드러내곤 한다. 그 상반된 이미지가 뿜어내는 광기, 그리고 그로 인한 섬뜩함이 바로 정재철 캐릭터가 갖춘 특징이다. 



서민재 캐릭터 역시 날렵하고 영민한 엘리트 출신 은시연에 비하면 어설프기 짝이 없고 세련미라고는 일절 없다. 그러나 그만의 독특한 감각에 의지하는 사건 해결 방식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늘 놀라운 결과를 도출해내곤 한다. 확률 100%다. 허술하고 빈틈이 많은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내공을 지닌 허허실실 캐릭터가 바로 그다.

서민재나 은시연은 가짜 경찰이 아닌 진짜 경찰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예리하게 다듬어진 칼끝을 정재철을 향해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한다. 서민재와 정재철의 정면 대결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종결될까?



류준열의 미친 연기력, 그만 보인다

류준열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민재라는 종잡을 수 없으며,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비교적 완벽히 소화해냈다. 흡사 일반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는 이미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여기에 분노가 치솟아 어쩔 줄 몰라해하는 폭발적인 연기까지 더하며, 한 마디로 그의 다재다능함을 모두 쏟아낸다. 관객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그를 향하게 된다.



류준열의 연기에 조금은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조정석의 연기 변신도 이채롭다. 그동안 스크린에서는 주로 코믹 연기를 펼쳐오던 그가 눈 하나 꿈쩍 않고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로 변신한 것이다.

서민재의 아버지로 깜짝 출연한 이성민은 자칫 심심할 뻔한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스크린이 가득 차는 느낌이다.



마음 놓고 악행을 일삼아도 경찰의 수사망으로부터 요리조리 빠져나올 수 있는 뒷배에는 다름 아닌 비리 경찰이 자리한다. 정재철은 돈을, 그리고 비리 경찰은 권력을 이용,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이는 익히 봐온 설정들이다.



비록 뺑반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소재로 끌어들여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지만, 돈과 권력 사이에서 이뤄지는 커넥션은 어디선가 자주 봐온 것들이라 사실 별 감흥은 없다. 그나마 류준열의 좋은 연기가 아쉬운 요소들을 다소 메운다는 점이 위로로 다가오게 할 뿐이다.



비록 허구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비리 경찰의 비호 아래 악행을 저지르고도 도리어 떵떵 거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을 침범하고 배회하는 범죄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몹시 불편하고 씁쓸하게 한다.

국내 최초 본격 레이싱을 영화 속 주제로 다룬 점은 이 작품이 지닌 색다른 지점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FI 경기장은 물론, 공도에서도 쾌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 신이 자주 등장한다. 정재철의 애마 ‘버스터’ 등 슈퍼카의 배기음과 무한질주의 향연은 자동차 매니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요소다.



감독  한준희


* 이미지 출처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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