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독해진 담배광고 vs 금연광고, 승자는?

새 날 2018. 6. 18. 18:48
반응형

담배 광고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정부가 금연 시책을 강력하게 펼쳐나가고 있는 탓이다. 이를 뚫고 어떡하든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담배 회사의 입장에서는 광고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이다. 한쪽은 뚫어야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이를 막아야 하니 말이다. 일종의 창과 방패 비슷한 관계 아닐까 싶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국가 시책을 등한시할 수 없는 데다가 담배 판매를 통한 세수 확충 또한 무시할 수가 없는 사안이기에 말 그대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중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 가운데 하나인 편의점에 부착된 캐릭터를 활용한 담배 광고는 담배라기보다 신규로 출시된 식품류를 홍보하는 느낌이 강해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키거나 유발해 온다. 광고속 문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콕 찍어 짜릿’ ‘영화 같은 맛’ ‘상쾌 히어로’ ‘부드러운 손맛’ 등의 호기심 가득한 문구로 이를 본 대중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효과도 강력하다.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에 실린 '편의점 담배광고 및 진열 노출이 회상과 충동구매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편의점을 방문한 고객 8명 가운데 1명가량은 편의점에 설치된 담배 광고나 진열된 담배를 본 뒤 이를 충동적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 방식의 심각성은 아직은 담배를 접해서는 안 될 연령층인 청소년들에게까지 담배를 긍정적이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동아일보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한 언론사가 초등학교 6년생을 대상으로 캐릭터 담배 광고를 보여준 뒤 첫 인상과 느낌을 적게 한 결과, '유쾌하다', '재미있다', '흥미롭다', '귀엽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7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담배 광고가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흥미를 유발하면서 호감도를 높이는 사이, 이에 맞서 담배의 유해성을 널리 알리고 궁극적으로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금연 광고 품질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18일부터 옥외광고 "흡연도 갑질이 될 수 있습니다” 편을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해당 광고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갑질’을 주제로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다양한 흡연 상황에서 흡연자의 행동 또는 흡연 행위가 비흡연자에게 또 다른 갑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 금연 포스터도 공개됐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쿠키뉴스

 

젊은 세대의 일상속 언어를 통해 이들의 주 활동 영역인 온라인 상에서 금연이 자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한다. '길빵엔 죽빵' 등의 언어유희적 표현이 총 동원됐다. 한쪽은 캐릭터를 활용한 이미지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어휘로, 또 다른 한쪽은 언어유희 방식으로 각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쿠키뉴스

 

어떡하든 뚫어야 하는 측과 어떡하든 막아야 하는 측의 광고전은 이렇듯 치열하기 짝이 없다. 이는 흡사 근래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웬만한 실내는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이 갈 데가 마땅치 않자 주택가나 이면도로로 숨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로 인해 비흡연자들이 곤혹을 치러야 하는 실정이다. 이른바 길빵이라 불리는 비매너 행위도 비흡연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주 요인이 되게 한다. 광고속 표현처럼 이는 일종의 비흡연자를 향한 흡연자의 갑질 행위이다. 물론 흡연자들의 처지도 곤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금연구역을 늘려 흡연자들을 자꾸만 사지로 내몰면서도 정부가 정작 흡연권을 보장해주는 데는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는 독특한 향미가 있어 기분을 돋우고 때로는 흥분 효과를 자아내게 하는 식품, 즉 영양소를 섭취할 목적이 아닌 그저 즐기고 좋아하는 기호식품 가운데 하나다. 다만 유해 성분으로 가득한 데다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19세 미만에게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까 몸에 무척 해로움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의 기호 가운데 하나이기에 비록 공개적으로 권장은 못 하지만 이를 즐길 권리인 흡연권만큼은 국가가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담배 한 모금의 진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 매출액의 60%가 넘는 약 4조 원이 세금으로 거둬들여지고 있다. 이는 담배소비세, 교육세, 환경세, 건강증진금,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전체 세액 가운데 대략 4%가량을 차지한다. 담배가 국가 재정의 중요한 수입원 가운데 하나이자, 정부가 금연 정책을 펼치면서도 정작 담배 판매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셈이다.

 

흡연인과 비흡연인 사이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처럼 담배 광고와 금연 광고 역시 더욱 독해지는 양상이다. 이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겉으로는 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내세우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담배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을 헤아리며 조심스레 웃고 있을 정부가 진정한 승자 아닐까? 그러는 사이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의 갑질 아닌 갑질에 의해 오늘도 거리, 골목, 음식점 앞, 심지어 집 앞에서까지 테러를 당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담배연기까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 대기는 도대체 언제쯤 건강해지려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