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나경원 의원이 일베를 엄호하고 나선 진짜 이유

새 날 2018. 4. 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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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폐쇄 국민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호응을 해오거나 직접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와대도 그에 따르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일베 폐쇄 반대를 주장하며 힘들게 조성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덕분에 나경원 의원은 네티즌들에 의해 '일베 여신'이라는 또 다른 별칭을 얻게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경쟁에서 도태된 젊은 계층의 도피처 내지 일탈 공간으로 인식돼온 경향이 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보다 정확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즈음부터다. 이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도심 광장 곳곳에서 개최되면서 집회 참가 노인들로부터 일베 홍보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 뉴스는 아예 쳐다 보지도 말 것이며, 오로지 가장 정확한 일베에 접속, 그곳에 있는 글을 봐야 한다고 목청껏 소리를 높인다. 이들이 이렇듯 일베를 맹신하고 나선 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들이 모두 좌편향됐으며, 모든 언론과 포털이 거짓으로 선동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자칭 보수의 궤멸이 가시화되자 위기 의식을 느낀 세력들이 일베를 매개로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당 혁신위와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학생 청년 간담회에서 "일베를 많이 하라"고 했던 발언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베로부터는 어떠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걸까? 리서치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전국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SNS와 포털 그리고 커뮤니티 등에 대한 이용 실태를 조사한 ‘소셜미디어와 검색 포털에 관한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일베에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읽힌다. 연령대별 이용률에 있어 젊은 세대가 아닌 5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


20대와 30대는 각각 4%, 40대는 11.3% 그리고 50대가 무려 19%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베는 주로 2,30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인 양 인식됐던 것에 비해 40대 이상의 이용자층의 압도적 증가는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사가 20대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실제로는 50대 이하까지만 진행돼, 그 이상, 즉 노년 계층의 이용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50대의 비율이 19%인 것으로 보아, 아울러 최근 일부 노년 계층에서 일베를 맹신하는 움직임이 있는 사실로 보아 만약 50대 이상 연령층 또한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면 짐작컨대 이들의 일베 이용률 역시 꽤나 높은 비율로 나왔을 것 같다. 이들의 움직임은 경쟁에서 도태된 청년세대의 일부가 상실감을 털어내고픈 욕망을 뒤틀린 방식으로 해소하며 토로해 왔던 것처럼 박근혜의 몰락이 곧 자신들의 정체성 상실이자 진영 궤멸이라는 인식을 공통분모로, 일부 노인 세대들이 모여 삐뚤어진 정보 및 주의 주장을 통해 자기 위안을 삼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베가 어떤 커뮤니티이던가. 최근 폐쇄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이유는, 커뮤니티 대부분의 게시물이 특정 인물 및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조롱을 일삼거나 여성과 장애인 등 주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증오 및 혐오적인 표현과 발언을 드러내놓기 일쑤이고, 심지어 반사회적이고 패륜적인 범죄 행위가 공공연하게 빚어져 왔으며, 더구나 이러한 사안들이 자정 작용을 통해 제지되기 보다는 회원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으면서 확대재생산되어 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차단 또는 삭제토록 요구한 불법 유해 정보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한 국내 사이트는 네이버였으며, 그 뒤를 카카오, 일베가 잇고 있다. 일베의 경우는 특히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불법 유해 정보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세대에게 올곧은 가치관을 정립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 할 어르신 세대가 비록 상실감 및 자기 신념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하지만 이토록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패륜적이며 저속하기 짝이 없는 커뮤니티만이 옳다면서 이에 빠져드는 모습은 사실 몹시 안쓰럽다. 


ⓒ노컷뉴스


그런데 이런 판국에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일베 폐쇄 반대 주장을 하고 나섰으니 결과적으로는 작금의 움직임을 두둔하며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녀는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최근 사회 곳곳에서 일베의 폐쇄가 전방위적으로 논의되자 표현의 자유를 빗대어 이를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녀의 주장처럼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베는 지나치게 반사회적이고 불건전한 데다가 청소년의 올바른 정서 함양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해악을 끼치는 존재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일베를 엄호하고 나선 걸까? 요즘 어르신들 카카오톡에는 가짜 기사와 출처 불명의 반정부 선전물들이 메시지로 연신 배달,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짜를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다. 따라서 최근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일베의 핵심 이용자로 급부상한 사례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들이 곧 나경원 의원의 이념과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헥심 지지세력임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자칭 보수의 궤멸이 우려스러운가? 그래서 일베를 껴안기로 자청한 건가? 나경원 의원의 최근 행보는 결국 일베가 자칭 보수의 핵심 연결고리임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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