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8. 3. 26. 23:00
반응형

인생은 한 번뿐이다. 적어도 이 주제만큼은 세상 모든 사람들 모두에게 공평하다. 근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인 '욜로'의 어원은 바로 이로부터 기인한다.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바로 'YOLO'이니 말이다. 이는 가까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희생시키거나 온전히 저당 잡힌 채 살아온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에 염증을 느껴온 청년들에게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비 행태 가운데 하나다. 


사실 기성세대들은 불확실한 미래의 삶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으로 베팅해온 경향이 크다. 현재의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어려워도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지금의 삶을 기꺼이 희생양 삼아 왔다. 하지만 장밋빛을 꿈꿔온 그 미래라는 존재는 자칫 종적을 감출 수도 있으며,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장밋빛이 아닌 온통 잿빛투성이일지도 모른다.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지 않은 이상 이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일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사쿠라는 또 다른 주인공인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와 나의 시간의 가치는 같아."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쿠라의 시간과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한 '나'에게 남은 시간의 가치가 어찌하여 같다고 말하는 걸까? 사쿠라는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를테면 멀쩡히 살아 있다가도 누군가의 묻지마 범죄에 의해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까닭에, 결국 우리는 미래에 벌어질 일과 관계 없이 현재의 삶과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곁에 있던 누군가가 내일 당장 죽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 여기에서,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매 순간을 즐기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사쿠라의 생각은 다름 아닌 이로부터 기인한다. 이렇듯 초긍정 사고는 1년도 남지 않은 그녀의 삶을 알차게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열심히, 아울러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게 한다. 이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서두에서 언급한 청년들에게 근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소비 행태인 욜로를 관통하는 가치관은 어쩌면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빼닮은 듯싶다. 


아들러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서 행복해져야 한다고 단언한다. 행복은 미뤄뒀다가 나중에 얻는 삶의 목표가 아니며, 지금 이 순간 삶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아들러는 우리의 삶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까지 가느냐가 아닌,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시시각각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관점으로 바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쿠라의 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지나치게 그리고 무작정 희생시키다가 만에 하나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삶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되묻는 아들러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즐겁게 몰두해야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특정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짓눌러온 원인론에서 벗어나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 목적론에 충실히 따르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돌아가 보자. 사쿠라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연이 아니야. 흘러온 것도 아니야. 우린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사쿠라와 나의 만남은 운명론적인 게 결코 아닌, 그녀와 나 각자의 무수한 선택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건, 심지어 성격조차도,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바로 아들러의 목적론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단 한 번뿐인 삶을 남의 이목에만 신경 쓰느라, 즉 인정욕구에 매달리느라 우린 흔히 현재의 행복을 쉽게 놓치곤 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일본의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저서를 통해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를 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시키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쿠라, 그리고 욜로족은 지금의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아들러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적이 아닌 친구로 대하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자기 자신이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인 셈이다. 우리는 어차피 지금 여기서 살아가야 한다. 현재의 삶도, 미래의 삶도, 결국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지금 당장 행복해져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