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낸 또 다른 주인공, 한글 (feat. 태극문양)

새 날 2018. 2. 27. 17:59
반응형

평창 동계 올림픽이 17일 간의 열전을 끝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개회 이전부터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과연 온전히 치러질까 하는 우려가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이 오름과 동시에 그러한 우려는 눈 녹듯이 깨끗이 사라졌다. 비단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이번 대회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가 아니더라도, 앞서의 우려와 걱정을 말끔히 불식시키고도 남을 만큼 여러모로 성공을 거둔 대회임이 분명하다. 


외신들 역시 호평 일색이다. 대회를 무리 없이 매끈하게 운영한 건 물론이고,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낸 데다가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을 성사시켰으며, 덕분에 올림픽 정신과 이념이 제대로 발현된, 진정한 평화의 제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기 때문일 테다. 아울러 유독 특정 종목으로의 편식이 심했던 우리 동계 스포츠가 이번 대회를 통해 보다 다양한 종목으로의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면서 저변 확대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사실도 무척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대회 성적이 이를 고스란히 입증한다.



경기장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 선수들뿐 아니라 대회 준비를 위해 막후에서 묵묵히 애를 쓰고 이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빛낸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한글이다. 한글이 지닌 디자인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이번 평창올림픽이 톡톡히 해낸 것이다. 



한글이 새겨진 알록달록한 색상의 엠블럼, 이는 개최 도시인 '평창'의 머리 글자 'ㅍ'과 'ㅊ'을 조합, 간결한 자음만으로 눈과 얼음, 하늘과 땅, 동계스포츠 선수 등을 상징하면서 한글의 빼어난 디자인적 완성도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자국의 고유 문자를 엠블럼 디자인으로 적용한 건 이번 대회가 유일하다고 하니, 이쯤 되면 누구나 '한부심'(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지닐 법 하지 않은가. 



한글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이번 대회 곳곳에 스며들어 고유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대회 24개 경기 종목을 나타내는 픽토그램도 한글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ㄱ ㄴ ㅅ ㅇ'의 4가지 자음과 `ㅔ ㅖ ㅢ'의 3가지 모음을 활용, 이들이 지닌 직선과 곡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역동적으로 각 종목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 한글은 이렇듯 활자 자체의 외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유연하기까지 하다.



경기장과 시상식장 등 대회 시설 곳곳에 그려진 눈 결정 역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치, '어울림' '평화' '힘' 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올림픽의 한글 사랑은 끝이 없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기념품도 한글을 모티브로 한다. 위에서 바라볼 땐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라고 쓰여져있으나, 이를 옆에서 바라보면 굴곡진 평창산맥의 형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특한 형태다.



금빛 은빛 동빛 메달을 통해서도 우린 한글의 흔적을 엿본다. 측면엔 `ㅍㅇㅊㅇㄷㅇㄱㅇㄹㄹㅁㅍㄱㅇㄱㅇㅇㄹㅍㄹ'라는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이공일팔'의 자음만을 따와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한다. 이번 메달이 유독 아름답게 다가오는 건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고유의 미적 감각이 조화롭게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글이 그 위에 아로새겨짐으로써 디자인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우리의 고유 문자 한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빼어난 면모를 전 세계에 여실히 드러냈다. 고유의 문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다른 문자가 아닌 한글이라는 건 매우 축복 받은 결과물이다. 세종대왕님께 고마워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는 그 후손들이 한글의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여가며 어느덧 전 세계인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과학적 우수성에 디자인적 완성도까지 두루 갖춘,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지상 최고의 문자가 바로 우리의 한글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이번 쇼트트랙 선수들의 유니폼은 이전 올림픽의 것보다 한층 세련돼 보인다. 무엇 때문일까. 한국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까? 이번 유니폼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가슴엔 태극 문양을 세련된 색감과 이미지로 묘사해 놓았으며, 쇄골 부분과 팔에는 각각 건곤감리의 4괘를 배치시켜 태극기 전체를 형상화,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세련미가 철철 넘치는 데다가 이쁘기까지 한 유니폼이라니.. 진정 디자이너를 칭찬해주고 싶다. 여기에 호랑이 얼굴이 그려진 헬맷까지 착용하면 그야말로 완전체로 변신, 우리 선수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팀원'의 헬맷 디자인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다. 네 명의 선수가 동시에 뛴다는 사실에서 착안한 듯 태극기의 4괘를 각각의 헬맷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그들의 출중한 실력만큼이나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이를 확인하게 된 사실은 무엇보다 반갑다. 한글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인들과 함께 누렸다는 사실 또한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일 테고, 이제는 디자인적 완성도까지 어필하며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가로채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글과 태극 문양의 세련미는 단연 으뜸이다.



* 이미지 출처 : 노컷뉴스, 마이데일리, 스타인, 연합뉴스, 올림픽 중계 영상 및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사이트 이미지 캡쳐 등


반응형